[컬트소설] 미녀의 얼굴 (7)
기사입력 1999년 02월 03일 14시 57분
한참을 불안에 떨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시간은 자정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러한 길은 없었다.
이곳에서는 오직 한 가지만이 가능했다. 잠드는 것이다. 그저 깊은 잠에 빠져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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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영아！＞
누군가 불렀다.
＜어서 일어나라, 세영아！＞
오늘도 누군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도? 깜짝 놀란 그녀는 눈을 떴다.
또, 또 이게 뭐야? 도대체 밤만 되면 찾아오는 저 소리는 뭐야?
＜세영아！＞
그 소리는 계속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또 꿈이야?"
세영은 살짝 머리를 들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꿈? 아니！＞
상대는 고개를 저었다.
순간, 그녀의 뒷머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상대. 고개를 저은 상대. 저, 저게 누구지?
누군가 침대 발치에 서서 세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건?
말도 안돼. 아직 선예는 돌아오지 않았어. 선예가 아냐！
＜맞아. 난 선예가 아냐！＞
그림자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소리는 실제로 들려온 것 같지 않았다. 단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 그럼?"
세영은 상체를 일으켜 뒤로 물러서면서 물었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어느새 가슴에는 뭔가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그것이 인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누구냐고?＞
그림자는 온화한 듯 하면서도 음산함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되물었다.
＜궁금하지? 불을 켜면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불을 켤 필요도 없었다. 점점 어둠에 눈이 익어가면서 맞은 편에 있는 상대의 모습이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었다.
뚜렷해졌다. 뚜렷해져 갔다.
그러나 뚜렷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다른 부분과 달리, 전혀 보이지 않는, 그곳은…….
"얼굴！" 세영은 기겁을 하면서 더욱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뒤쪽은 벽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었다.
"다, 당신은?"
세영은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그러나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구냐고?＞
그림자는 세영의 마음을 다 읽고 있는 듯이 말했다.
"그, 그래. 누, 누…?"
＜나? 인형！＞
"인형?"
＜그래. 인형！＞
그러면서 그림자는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들추었다.
순간, 희미한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인형의 얼굴을 비추었다.
"헉！" 세영의 가슴에서 짧은 숨이 터져 나왔다.
그 인형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어제도, 그저께 밤에도 겪은 일이었다. 얼굴 없는 존재의 출현은 이미 사흘째 겪고 있는 일이었다.
첫날은 창 밖의 어린애. 둘째 날은 친구 선예.
"선예?" 세영의 입에서 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눈앞에 떠오르는 공포를 친구의 실종에 대한 분노로 짓누르며 큰소리로 외쳤다.
"맞아, 선예！ 그럼 선예는 어떻게 됐지?"
＜선예?＞
인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등뒤에 감추고 있던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이거 말야?＞
"아악！"
그토록 참으려 했지만, 절대로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세영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인형의 손에는 선예의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것도 얼굴이 통째로 없어진 머리가….
-9-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갔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는 세영으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악몽 같은, 아니 악몽보다 더한 현실 속에 여전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공포의 대상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글·박무정(아이디:MirSin)
/하이텔 악몽따라&무진교(go sg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