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구단-선수 소신없는 연봉협상
기사입력 1999년 02월 02일 15시 11분
미계약자가 여럿 남았지만 현대 정명원을 최고연봉자로 가리며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출범 17년, 많은 부분이 프로의 구색을 갖췄지만 협상 테이블의 모습만은 옛필름 그대로다.
선수들은 극도의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준다.
목표액은 가슴에 품은채 요구액을 `세게' 불러놓고 보는 뻥튀기파, 아무개가 도장을 찍기전엔 절대로 합의할수 없다는 자존심파, 구단이 매긴 고과에 상관없이 이정도는 받아야겠다는 지존무상파.
과학적 데이터나 탄탄한 이론적 무장은 없다.
자연히 선수들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구단에 끌려간다.
협상의 철학이 없다보니 백지위임도 등장한다.
세상에 프로가 백지위임이라니, 백지위임은 자기 권리를 송두리째 포기하는 `백기위임'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고압적인 구단도 마찬가지다.
깎는데는 과감하고 올려주는 데는 인색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지난 10년간 최고연봉선수의 액수가 다섯배나 뛰었지만 우리는 채 두배도 오르지 않았다.
다른 구단의 눈치는 왜그리 보는지.
협상이 원활치 않은 선수와 비슷한 연봉수준의 이웃구단 선수가 사인을 할라치면 갈고닦은 첩보망을 총동원, 액수를 귀신같이 알아낸다.
"선수들과 감정을 상하기보다 이론적 체계를 갖춘 에이전트와 협상하고 싶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정작 지난달 29일의 이사회에서는 예정된 안건인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장들은 연봉인하 제한폭(25%)을 없애고 마음대로 깎자는 결의는 일사천리로 하지만 원시적 협상문화를 개선시키려는 노력만큼은 아낀다.
올해도 에이전트 제도, 다년 계약, 옵션 등 선진제도 도입에 실패했다.
투철한 프로정신이 지배하는 스토브리그의 모습을 내년에는 기대해본다.
[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