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Y2K 소재 추리형식 장편소설 두편 펴내
기사입력 1999년 01월 31일 15시 17분
한 세기의 끝자락. 새 천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에 못지 않게 불안의 그림자도 짙게 깔려 있다.
종말은 정말 올까. 온다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쳐올까. 2000년 0시엔 과연 Y2K(컴퓨터의 2천년 연도표기 오류)가 발생할 것인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 인류 종말, Y2K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 잇따라 나왔다. 이집트 출신 작가 제랄드 메사디에의 `종말전 29일'(책세상．진인혜 옮김)과 김기만-권희숙씨 부부의 `밀레니엄 전쟁-99년 12월 31일'(숲속의 꿈).
두 작품은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첨단과학이 불러오는 끔찍한 재앙, 컴퓨터를 이용한 전세계적 테러와 혼란을 다룬다. 2천년을 코앞에 둔 인류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추리소설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종말전 29일'은 인류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담고 있다.
소설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미국 대통령이 평화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TV연설을 하는 도중 도날드 덕, 슈퍼맨 등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끼어들어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 이후 세계 컴퓨터 시스템의 마비, 사이버 섹스, 은행에서의 돈의 증발, 일본 옴진리교 사건을 연상시키는 테러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산업문명 속의 괴물들이 등장, `초현대적 야만상태'라는 역설적인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익살과 독설이 뒤섞인 독특한 문체, 첨단과학과 고고학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밀레니엄 전쟁…'은 2000년 1월 1일 0시에 시작될 Y2K를 다룬다. 경제공황의 돌파구로 밀레니엄 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의 극비계획 노출이 사건의 발단. 이 비밀을 알아낸 해커의 죽음과 시사월간지 기자의 추적, 각국 정보원과 홍콩 폭력조직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숨막히게 전개된다.
매일경제TV 컴퓨터 담당기자인 남편 김씨가 스토리를 이끌고, 아내 권씨가 살을 붙인 부부합작품이다. 영화 제작도 추진 중이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