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직격인터뷰] 봉중근-2001년 ML마운드 오르겠다
기사입력 1999년 01월 29일 15시 31분
미국에 진출한 10여명의 투수중 `제2의 박찬호'를 꼽으라면 누굴 가장 먼저 떠올릴까.
대부분 전문가들이 그렇듯 하일성해설위원은 애틀랜타 봉중근(19)을 지목한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MVP(97년)의 무서운 잠재력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체격에 1년4개월전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놀라운 속도로 미국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며칠전 TV 촬영차 신일고 운동장에서 봉중근을 만났던 하위원은 "멋있게 나왔던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일성(이하 하):볼수록 커졌다는 생각이 드네. 몸무게가 얼마나 늘어난거지.
▲봉중근(이하 봉):97년말 77㎏이었는데 며칠전 목욕탕에서 재보니 89㎏이 됐습니다. 키도 4㎝ 자랐구요(1@81).
▲하:도대체 무얼 먹었길래.
▲봉:고기 5∼6인분은 거뜬히 해치웁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많이 매달렸습니다.
▲하:미국에서의 생활은.
▲봉:오전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방과후 운동했습니다. 미국인 친구들도 제가 애틀랜타 선수라는 걸 알고 환영하더군요. 여자 친구들이 이상한 행동을 해서 당황한 경우가 많았지만….
▲하:그런 유혹을 다 뿌리쳐야 하는거야. 미국생활에 외롭지는 않았어?
▲봉: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못견디게 보고 싶었지만 차차 적응이 되더군요. 무엇보다 목표가 확실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영어는?
▲봉:실수도 많았습니다. 중남미 선수들은 같은 나라 코치가 많아 통역을 해주지만 저는 혼자거든요. 이제는 어지간한 말은 알아듣습니다.
▲하:미국 코치들의 평가는.
▲봉:처음 2∼3개월 동안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지켜보기만 해 답답했습니다. 투구를 상체로만 한다고 지적하더군요. 하지만 컨트롤이 좋아 스피드만 붙으면 성공할거라고 칭찬해줬습니다. 작년에는 시속 149㎞까지 기록했었습니다.
▲하:스프링캠프에서 글래빈이나 매덕스 같은 대투수들을 지켜봤을텐데.
▲봉:몸 관리부터 틀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섭씨 40도에도 불구하고 꼭 긴팔 셔츠를 입는가 하면 공을 단 한개만 던졌어도 반드시 얼음 찜질을 하거든요. 특히 작년 캠프때는 글래빈이 직접 스트레칭을 가르쳐줬습니다.
▲하:타자로 뛰라는 권유도 있다며?
▲봉:실전에서는 타자로 나가지 않았지만 배팅 훈련도 했습니다. 어차피 내셔널리그에는 지명타자제가 없기 때문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이었지, 타자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하:한국에서 2개월 넘게 머물고 있는 이유는.
▲봉:염치없는 말이긴 하지만 고교 졸업장이 필요합니다. 특히 신일고를 계속 다닌 것은 한동화감독님이나 친구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섭니다. 신일고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LG에 입단한 김광삼이나 조재영 등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언제쯤이면 메이저리그로 올라갈거라고 생각해?
▲봉:2001년에는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구단에서도 그렇게 원하고 있습니다.
▲하: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은.
▲봉:불러주시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합류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고교 재학생으로 미국에 진출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만회하고 싶습니다.
[정리＝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