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진씨] 일주일 최고 8억매출 '국보급 여인'
기사입력 1999년 01월 24일 16시 04분
고(故) 육영수 여사는 `국보급'이라고도 했다.
고려진씨(57．서울 평창동).
그녀의 목소리가 요즘 황금 알을 낳고 있다.
KBS 아나운서로 TV와 라디오를 주름잡았던 고씨는 95년 케이블 TV 39쇼핑의 쇼핑호스트로 변신, 한 프로그램에 두시간쯤 출연해 적게는 7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에 가까운 물건을 팔고 있다.
한주에 `세상의 모든 보석' `김창숙 부띠끄' `모다 조바니' `모피 특집전'을 한차례씩 진행하고 있는 만큼 1주일에 2억8천만∼8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비결은 눈높이 세일즈.
"제가 소비자 입장이 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매출이 올라요. 아줌마들이 궁금해할만한 점을 콕콕 짚어주는 거죠."
한 주부는 돈이 없어 물건을 살 수는 없지만 고씨가 말하는 게 재미 있어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며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고가 물건을 주로 취급하다보니 밉쌀스럽게 보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특히 마누라 과소비 부추긴다고 남편 분들이 싫어하신다데요. 방송인이 아닌 유통인으로 봐 주신다면 이해가 되실텐데…."
전화주문을 받는 홈쇼핑 채널의 특성 때문에 늘 생방송만 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은 편. 지난 여름에는 믹서기 시범을 보이려는 데 기계가 작동을 안 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고씨는 제1회 `미스 탐라' 출신이다.
62년 KBS 제주방송국 아나운서로 데뷔, 64년 동양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KBS로 복귀, 송 해씨와 함께 20여년간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의 사회를 맡았다.
그러나 고씨는 아나운서보다 대본 없이 두시간동안 떠들어야하는 쇼핑호스트 일이 훨씬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제품 설명서만 보고는 진행하기가 어려워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어요. 제품을 집에 가져간 뒤 며칠간 시험해보고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거죠."
주부 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방송 전에 미리 주문할 때도 많다고. 전파를 탔다가 다 팔리게 되면 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고씨는 이 방송국 최우수 고객 가운데 한명이다. 개국 초창기에는 매출 1위 고객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고씨의 연봉은 `며느리도 모른다'. 방송국 방침 때문에 대외적으로 발설할 수 없다는 것. 억대를 육박할 거라는 추측만 무성하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