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단합대회에 웬 배달원-지휘자
기사입력 1999년 01월 23일 04시 23분
`자장면과 오케스트라.'
삼성이 중국집 배달부와 지휘자에게 야구(?)를 배웠다.
1박2일 일정으로 경기도 용인 삼성그룹 연수원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 단합대회.
지루하고 딱딱한 단합대회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단합의 장'은 내용부터 파격적이었다.
22일 진행된 첫강의의 강사는 `번개'로 유명한 중국집 배달원 조태훈씨.
독특한 자장면 배달법으로 스타로 떠오른 조씨는 어린 시절 옆집 친구와 소 판돈을 훔쳐 상경한 얘기부터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요지는 자신의 분야에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것.
조씨는 "팬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를 선보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두번째 강사는 더 더욱 야구와 거리가 먼 수원시향 지휘자 금난새씨.
금씨는 유라시안 챔버 현악 4중주단까지 동원해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 한명만 숨이 흐트러져도 연주가 망가지는 오케스트라의 예를 들어 단체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자 `웬 음악가'라며 시큰둥하던 선수들도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씨는 짓궂게 그라운드의 지휘관인 서정환감독에게 지휘를 시켜보고, 일부러 틀린 박자를 넣는 등 기존에 볼 수 없는 독특한 강의로 선수들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낡은 틀에서 뛰쳐 나온 파격적인 내용으로 선수들을 한데 묶으려는 삼성의 노력.
대형 트레이드로 이적생들의 집합소가 된 삼성의 조화를 위해 준비한 프런트의 첫 작품은 대성공이라는 평이었다.
[ 용인＝함용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