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소설] 참사랑 (1)
기사입력 1999년 01월 21일 15시 11분
"사랑해, 민섭아. 빨리 일어나야지. 흑 흑."
그녀는 이제 겨우 잠이 든 민섭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민섭을 사랑했다.
아니 `사랑'이란 짧은 두 글자만으로는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모자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녀의 사랑을 일부러 피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했다.
언제나 그녀에게 거짓말을 일삼아 왔고, 가끔은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보기도 했다.
그런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다.
그런 것들을 따지고 들었다간 그의 존재가 그녀에게서 더 멀어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언제나 건강한 모습에 밝은 웃음을 잃지 않던 민섭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쉽게 치료할 수 없는 병이란 것이 파고 들었고, 어찌보면 그가 그녀에게 했던 행동들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괴로움은 그보다 그녀가 더 많이 느끼고 괴로워 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어 주었다.
그에게 그녀는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벌써 5년째. 그가 병에 걸려 누워 있게 된지도 5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5년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의 곁에 있어 주었다.
만약에 그가 혼자였더라면 그 5년이란 시간을 그는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는 5년이란 시간을 누워 있으면서 한가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그녀의 존재와 그녀의 사랑이었다.
그것을 느끼게 되자 그전의 자기 자신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도 해보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의 병은 심장병이었다.
물론 고치지 못하는 완전 불치병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낫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아야만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었다.
지금은 약물로 인해 하루 하루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언제 나올 지도 모르는 다른 이의 심장을 5년 동안이나 기다려 왔다.
설사 다른 이의 심장이 나온다 해도 그의 몸에 맞는 조직이어야만 그것을 그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벌써 8차례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직 수사 중에 있지만 범인은 단서 조차 남기지 않았고, 수사는 미궁 속에 빠져 있습니다. …"
요즘 들어 매일 저녁 뉴스의 타이틀을 장식하는 기사였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이젠 민섭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지금 민섭의 관심사는 오직 `심장', 단 한가지였다.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민섭의 건강은 극도로 나빠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그의 삶에 대한 의지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그런 민섭을 보며 안타까와 했다. 언제나 힘을 주려 노력했지만 그도 이젠 지쳤나 싶었다.
"민섭아！ 저녁 먹어야지?"
"……."
"안먹을 거니?"
민섭에겐 대답할 힘 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그녀는 하루 종일 굶은 민섭을 걱정했다.
무엇이든 먹여야 하는데, 그는 도무지 먹으려 하질 않았다.[계속]
글 남규진[컴퓨터딜러]
/하이텔 미즐모(미스터리를 즐기는 모임) /go sg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