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허난설헌' 소설로 부활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뛰어난 인물이면서도 역사의 그늘에 묻혀있는 인물이 많다. 조선시대 허난설헌이 그런 경우다. 우리는 조선의 대표적 여성으로 신사임당과 황진이를 꼽는다. 허난설헌을 위한 자리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허균의 누이 정도로만 기억한다.
그 허난설헌의 생애를 복원한 소설이 나와 관심을 끈다.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 편집위원인 김신명숙씨가 쓴 `허난설헌'(금토．전2권). 천재 시인으로 남성 지배사회에 반발, 저항과 파격의 삶을 산 허난설헌의 드라마틱한 삶을 탐미적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허난설헌이 인습에 도전한 선구적 여성주의자였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땅에 태어난 것'이 평생의 한이라던 그녀의 불꽃같은 자유혼에 주목한다.
당대 최고의 명문가문에서 태어나 마음껏 시를 지으며 행복하게 살았던 그녀는 결혼과 더불어 고통의 늪에 빠진다. 시어머니, 남편과 불화가 끊이지 않았고 어린 두 자녀를 잃은 데다가 유산까지 하는 시련을 겪다가 2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 와중에서도 허난설헌은 여자가 시를 짓는 것을 금기시했던 당시 윤리에 저항해 평생 시를 썼고, 그 시들은 그녀의 사후에 동생 허균이 한 권의 시집으로 편집, 중국에 전해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김신명숙씨는 "허난설헌은 전체 조선 여성 중 가장 빛나는 독자적 성취를 이룬 인물"이라며 "그녀가 버려져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