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붕대투혼' LG전 2분 남기고 동점포 성공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농구천재'는 붕대를 감아야 힘이 날까.
허 재(34．나래)의 `붕대 투혼'이 살아났다.
지난시즌 현대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망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도 초인적인 투혼을 발휘했던 그가 다시 붕대를 감았다.
허 재는 지난 10일 현대와의 경기서 맥도웰과 부딪쳐 오른쪽 장딴지에 타박상을 입은 상태.
별것 아닌 것 처럼 들리지만 악화되면 근육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부상이었다.
코칭스태프도 "덧날 수 있다"며 말려봤지만 결국 그의 고집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 14일 SBS전서 전반 내내 벤치를 지키는 바람에 끌려다니는 꼴이 됐다는 허 재의 항변에 최명룡 감독은 16일 LG전 스타팅멤버에 그의 이름을 써넣은 것.
"팀이 위기에 몰렸는데 피멍이 좀 든걸로 쉴 순 없다."
압박붕대에 의지한채 코트에 선 허 재는 이날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통렬한 동점 3점포를 작렬시켜 대역전극의 조연 역할을 해냈다.
맏형인 그가 시퍼렇게 멍든 다리를 끌며 사력을 다하는데야 후배들과 외국인 선수들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왼쪽 집게손가락 골절에다 오른쪽 눈위가 찢어지고 정강이는 타박상을 입어 걷기조차 힘든 극한상황에서도 맹위를 떨쳐 현대 신선우 감독으로부터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란 극찬을 받았던 허 재.
그의 `붕대 투혼'은 이제 시작됐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