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씨] '주식투자 '산전수전' 글에 담았어요'
기사입력 1999년 01월 17일 15시 22분
종합주가지수가 600선을 넘으며 활황장세를 보이자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려고 난리다.
금세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경제 사정은 크게 나아진게 없는 데 주가는 연일 폭등하니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한 가정주부가 주식 시장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펴내 장미빛 환상에 젖어있는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변신'(우리문학사)이란 책을 쓴 이도영씨(41．서울 강동구 둔촌동).
이 소설은 한 가정주부가 IMF 직전 주식에 손대 파산 직전에 갔다가 기사회생하는 게 기둥 줄거리다.
"책을 읽어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얘기냐?'고 묻곤 해요. 너무나 생생하다는 거예요."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했지만 소설의 재미를 위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했단다.
이씨는 올해로 주식 투자 경력 3년째.
이 기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수없이 넘나들었다.
"IMF가 터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2억원을 날렸어요. 증권사에서 외상으로 돈을 빌어 주식 투자를 한 게 화근이었죠."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남편 앞에서 아무 일 없는 것 처럼 `표정관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그는 지난해 3월 아파트 두 채중 한 채를 담보로 해서 돈을 마련, T전자 주식을 구입해 손실액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씨와 함께 주식 투자를 했던 친구는 지난해 4월 목숨을 끊었고 많은 사람들이 본전을 다 까먹은 `깡통계좌'가 돼 거리로 내몰렸다.
그는 IMF가 낳은 이 비극들을 책으로 엮기로 했다.
"두 달 정도 걸렸어요. 책을 쓰기 위해 경제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퇴출 은행원들의 시위 현장에도 가봤어요."
이씨는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전 잠시 주저했다.
주식 투자에 반대하는 남편 몰래, 그것도 집까지 담보로 해 주식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날에는 무사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용기를 냈다.
한데 책이 나오자 마자 반응이 너무 요란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집으로 `좋은 종목 좀 추천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고 그 바람에 모든 게 들통났다.
이왕 엎질러진 물.
남편에게는 앞으로 절대 주식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요즘 이씨는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주식 투자만큼 매력있는 게 어디 있어요?"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