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기수] 500승 달성 '이젠 더 바랄것 없어요'
기사입력 1999년 01월 15일 14시 25분
"정말 홀가분하네요."
기수들의 꿈인 500승을 달성한 이성일 기수(35)의 소감은 의외로 `썰렁'했다.
작년에 달성했어야 될 기록을 이제야 해냈기 때문이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작년 10월 490승을 넘자 "앉아만 있어도 500승은 떼논 당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그에게는 정말 초조한 나날이었다.
우승이 확실시되던 경주에서 미역국을 먹은 게 한두번 아니었다.
지난 10일도 그랬다.
제8경주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시금석'을 타고 출전했지만 등외로 밀려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제9경주에서 그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충무로'를 바람처럼 몰아 대망의 500승 라인을 통과했다.
말을 모는 기술만 따지면 그의 500승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는 지난 80년 데뷔한 이후 올해로 19년째 기수생활을 하면서 체구 때문에 남다른 설움을 많이 겪었다.
체중이 적어야 말을 탈 기회가 많은데 그는 기수로서는 너무 큰 1m71, 57㎏이라 자기를 불러주는 조교사가 많지 않았던 것.
게다가 80년대 후반에는 1년간 쉬기도 했다.
그러나 2년전부터 매일 30㎏짜리 모래배낭을 짊어지고 관악산을 1시간30분 동안 뛰었고 매주 금요일에는 저녁식사를 거른 채 1,800m 트랙을 두바퀴씩 달려 체중을 52㎏까지 줄였다.
"이제 욕심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조교사가 되겠지만 지금은 체력이 닿는데까지 열심히 말을 탈 겁니다."
마사회는 현역으로는 박태종 안병기 기수에 이어 3번째로 500승의 대기록을 작성한 이성일 기수에게 17일 제7경주가 끝난 뒤 관람대앞 시상대에서 기념패와 상금 500만원을 전달할 계획이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