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쌍둥이 챔프 화끈한 KO기대하세요'
기사입력 1999년 01월 11일 14시 17분
"이제야 권투할 맛이 납니다."
프로복싱 동양-태평양(OPBF)슈퍼웰터급 챔피언 송국열씨(31．인천 대우체육관)는 요즘 신이 나다 못해 펄펄 난다.
일란성 쌍둥이 형 진열씨(31．한국 미들급 챔피언．인천 대우체육관)가 지난해 11월 2차 방어전을 한달 앞두고 택시파업에 가담, 업무방해죄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지난달 21일 택시조합원들이 모은 5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것. X본지 98년 11월 26일자 보도〉
이로인해 방어전을 2차례나 연기, 타이틀을 박탈 당할 뻔한 진열씨가 다행히도 이달 31일 대구 청소년수련원 특설링에서 동급1위 임종관 선수(27．부산 거북국일체육관)와 10라운드 지명전를 갖게 됐다.
그것도 동생의 OPBF 2차방어전(도전자 동급 5위 필리핀 라몬 아나키스)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된 것.
현재 이들은 오전에 택시운전을 하고 오후엔 인천 계양산을 넘어 계산동까지 왕복 15㎞를 뛰는 등 하루 3∼4시간씩의 강훈에 열중하고 있다.
"저의 출감을 위해 애써 준 모든 분에게 KO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어전을 치르는 진열씨의 각오는 남다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선 핸들을 잡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복싱을 포기할 순 없잖습니까. 요즘 국내 프로복싱계는 너무 열악해요. 스폰서가 없어서 경기가 10개월에 한번 정도 열릴까 말까 하니까요."
동생 국열씨는 94년 뺑소니차를 잡아 표창까지 받은 모범운전사.
그래서 개인택시 면허라도 나온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한다.
한달 이상 형의 출감을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훈련스케줄이 뒤죽박죽 됐던 그는 "스파링을 하다 한대 맞으면 형이고 뭐고 없어요. 그때부터는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치고 받는다"며 "트레이너도 누가 때리고 맞는지 구분을 못해 지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형과 함께 샌드백을 치고 산을 오르는 게 너무 좋단다.
대우체육관 신갑철 관장은 "올해안에 현재 OPBF미들급 1위인 진열이와 WBC슈퍼웰터급 4위인 국열이를 OPBF와 세계타이틀에 각각 도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