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야구를살리자] '야구의 재미' 느끼게 여건조성부터
기사입력 1999년 01월 10일 15시 11분
지난해 프로농구 동양의 그레그 콜버트는 어린이팬을 위해 `콜버트 존'을 마련했다.
대구 홈경기때 초청된 꼬마들은 50개의 좌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맘껏 소리를 지르며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축구 안양 LG는 작년 여름 안양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축구 감상문 쓰기 행사를 벌였다.
각 초등학교에 부탁, 어린이들이 방학숙제로 축구경기를 보고 감상문을 써보게 했다.
LG는 예쁜 글을 쓴 아동을 시즌중에 초청, 하프타임때 선수들의 박수속에 상장과 기념품을 전달했다.
그들에겐 짜릿하고 신명나는 경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어린이는 `왕고객'이다.
선수든 구단이든 다가서려고 노력해야 호감을 갖게 된다.
82년 프로야구 출범때 전체 관중의 17%를 차지했던 어린이팬은 지난해 7%로 줄어들었다.
두산(전 OB) 곰돌이 모자, 삼성 사자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게 꿈"이라며 똘망똘망하게 말하는 모습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청소년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기념품을 나눠주고 팬사인회를 여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안된다.
비시즌중엔 지난해말 LG, 두산처럼 스타선수들이 학교로 직접 찾아가 `야구의 재미'를 들려줘야 한다.
운동장에선 햄버거, 치킨 등 구미 당기는 음식을 손쉽게 사먹을 수 있어야 한다.
골목에서 축구공을 차고, 아파트 단지내에서 농구시합을 하는 장난꾸러기들은 많다.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들고 다니는 `꼬마 야구광'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난 2일 차를 타고 한강변을 지나던 박용오 KBO총재는 둔치에서 캐치볼을 하는 한 어른과 소년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저런 광경을 흔히 볼수 있다면…."
하지만 어린이들이 야구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충분치가 않다.
한강 둔치엔 축구장이 18개, 농구장이 42개, 배구장이 34개지만 야구장은 연습용 간이구장이 3개 있을뿐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교내 운동장에서 야구경기를 하지말라는 추세다.
올해 KBO는 어린이팬을 늘리는 것을 첫번째 과제로 삼고 있다.
경기전에 글러브와 공을 듬뿍 나눠줄 계획이다.
각구단은 야구시설을 확충하고 리틀야구대회를 되살릴 것을 꾀하고 있다.
아빠와 함께 생활속에서 즐기는 야구.
21세기의 팬이 아빠 엄마 손을 잡고 깡총거리며 야구장으로 향할때 프로야구는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