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맘] 자녀위한 두여인의 화해와 우정
기사입력 1999년 01월 10일 15시 11분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까. 수많은 시인들이 앞다퉈 사랑을 노래하고 찬미했지만 그 어떤 수식어로도 다 표현할 길이 없는 `인류의 영원한 테마'.
영화도 다르지 않다. 저마다 사랑얘기를 털어놓지만 그 색깔과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아름다운 사랑도 있고,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도 있다.
줄리아 로버츠와 수잔 서랜든 주연의 `스텝맘(Stepmom)'도 사랑을 이야기한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스텝맘'은 계모를 뜻하는 합성어. 루크(에드 해리스)와 재키(수잔 서랜든)는 이혼한 부부. 여기에 이자벨(줄리아 로버츠)이 끼어든다.
이쯤되면 진부한 삼각관계가 연상되기 마련. 그러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이 진부한 소재를 감동적인 드라마로 펼쳐내는 `따뜻한 솜씨'를 한껏 드러낸다.
루크의 젊은 애인 이자벨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루크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 두 아이와 가까와지려고 애를 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재키도 가만 있을리가 없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자신의 분신같은 아이들을 `새파란 여자'에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자벨과 재키. 아이들도 아빠의 젊은 애인에게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루크는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 또 너무나 사랑하는 연인의 등을 토닥이느라 정신이 없다. 이들에게는 좀처럼 화합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루크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이자벨에게 청혼한다.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결심과 의지대로 끝까지 인내해야 돼. 의지가 실처럼 가늘어져도 말이야."
이자벨의 노력으로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갈 무렵, 재키는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자리가 점차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이자벨과 마주앉는 재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자벨과 재키는 갈등 대신 화해, 그리고 우정을 발견한다.
"당신은 애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입은 상처와 추억을 다 알고 있잖아요. 훗날 애니의 결혼식날, 너처럼 아름다운 신부는 없었다고 얘기해주겠죠. 그런데 애니가 이렇게 생각할까봐 두려워요. 엄마가 곁에 있다면."
이자벨의 고백에 재키는 눈물을 훔치며 얘기한다. "나도 두려워요. 애니가 그런 생각을 안할까봐. 난 아이들에게 과거로 남지만 당신은 미래가 되어줘요."
이자벨과 재키의 갈등이 화해로 접어들면서 영화에는 온기가 가득해진다. `나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 파이어'에서와 같은 삶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크리스마스. 재키는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한자리에 모두 모인 이들을 위해 이자벨은 사진을 찍어준다.
이때 재키가 온화한 미소로 이자벨을 부른다. "자, 이번에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찍자"
퇴색하지 않을 사랑에 건배. 관객은 훈훈한 감동에 목이 멘다. `스텝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줄리아 로버츠와 수잔 서랜든의 오스카 수상가능성도 100%다.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