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양준혁 붙들기' 채찍-당근작전 개가
기사입력 1999년 01월 07일 15시 52분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3주동안 야구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양준혁 파동'의 승자는 누가 뭐래도 해태 구단이다.
팀 합동훈련 시작전에 양준혁을 합류시켰을 뿐만 아니라 타격 3관왕으로 인상요인이 있었던 연봉을 작년과 같은 1억4천만원에 묶었다.
일본 진출에 대해서도 "시즌뒤 검토해보겠다"며 확답을 해주지 않아 구단이 전권을 쥘 수 있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특급 소방수 임창용을 내주면서까지 데려온 아까운 선수 하나를 잃을 뻔한 위기였지만 이제 모든 게 해태의 뜻대로 `원상복귀'된 셈.
이번 양준혁 문제를 원만하게 매듭지은 해태의 기본 전략은 `채찍'과 `당근'이었다.
먼저 채찍.
양준혁이 지난달 23일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해태로는 안가겠다"며 트레이드를 전면 거부하고 미국행을 선언하자 해태는 `맞불작전'으로 나왔다.
"법대로 하겠다"며 임의탈퇴 처리를 강행할 의사를 슬쩍 내비쳤다.
게다가 지난달말 김응용감독은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한 해태를 뭘로 보느냐. 올해안에 내게 전화를 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지원사격.
결국 양준혁이 김감독에게 전화로 사과를 하며 수그러들자 이번엔 회유로 들어갔다.
박한식 수석부장은 서울에서 세차례나 양준혁을 만나 설득한뒤 `삼고초려'의 형식을 빌어 직접 대구집을 방문, 부모의 마음을 다독거리며 팀합류를 이끌어냈다.
사전에 어느정도 합의를 봤음에도 일부러 대구집에 내려간 것은 양준혁이 대타자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
협상테이블에서 상대를 요리할 줄 아는 노하우의 부족.
선수가 항상 구단에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