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씨] 이론-실기 겸비한 '벤처PD'
기사입력 1999년 01월 07일 15시 52분
"IMF의 한풍이 조금은 뎁혀진 것 같아요. 연말연시인 탓도 있었겠지만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꽉 찼으니까요."
화제의 공연장에는 늘 이 남자가 있다.
클래식, 팝, 가요, 재즈, 국악과 같은 음악 콘서트장에는 빠지는 법이 없다.
문화예술 케이블 TV A&C 코오롱의 권오준 프로듀서(34).
한주에 서너번씩 공연이라는 `사진'을 찍어 프로그램이라는 `앨범'에 넣는다.
현재 맡은 프로는 `A&C 콘서트'와 `공연 무대'. 매주 목∼토요일 자정에 방영된다.
"수많은 공연 가운데 옥석(玉石)을 가려내 옥만 소개하는 일입니다."
초창기에는 `돈 내고 찍으라'는 연주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나 좀 찍어달라'며 아우성들이라고 한다.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인 이 남자, 본래는 종합상사 엘리트 사원이었다.
(주)코오롱상사 경영지원본부에서 연수 프로그램을 맡고 있던 94년 가을 그룹에서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케이블 TV 입사 희망자를 접수하자 혹시나 싶어 지원했는데 덜커덕 붙어 버렸다.
이 남자는 이론만 빠삭한 여느 음악애호가들과 달리 실기에도 아주 능하다.
고등학교 때는 교회 성가대를 지휘했고, 대학 시절에는 요들송 서클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88년에는 이화여대에 재학중이던 노영심씨와 의기투합, `꿈에 본 겨울'이라는 라이브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건 비밀인데. `희망사항' 작사도 같이 한 거였어요."
`뚱뚱해도 다리가 예뻐서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리는 여자'는 이 남자 머리에서 나온 가사였단다.
음악 전문 PD답게 브라운관을 무대로 전례없는 시도를 많이 해 왔다는 평도 받고 있다. 피아노 레슨 프로그램(신수정의 피아노 이야기)을 도입했는가하면 클래식과 재즈의 크로스오버(바하에서 비틀즈까지)를 추진하기도 했다.
5형제집 둘째 아들인 이 남자. 토끼해를 맞아 거창한 신년 계획안을 세워뒀다. 작곡가인 남동생 오섭씨(29)와 함께 가요 앨범을 하나 펴낼 참이란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