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예인납치…'돈 잘벌고 보디가드없어 대상'
기사입력 1999년 01월 06일 01시 28분
`도지원 납치범은 최진실 심은하 등 제2 제3의 범행도 계획하고 있었나?'
범인이 갖고 있던 수첩에 최진실 등의 이름에 표시가 되어있어 여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의 수첩은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발간한 98년도 것으로 이들 외에도 김지수 김지호 김청 황신혜 신은경 김현주 변소정 박소현 김희선 전도연 강문영 등 21명의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이름에 밑줄이 그어져 수사관계자들과 연예인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더이상 피해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인기와 여론에 휘둘리는 연예인의 경우, 더욱 신고를 못할 것이란 약점도 범행을 충동질한다고 밝히고 있다.
도지원은 납치 당일 `내일 1천300만원을 온라인으로 보내겠다'고 범인에게 얘기할 때에도 `1천300만원으로 살아난다'는 기분이었다는 것.
범인은 왜 이들을 대상으로 골랐을까.
약한 여자이고, 톱스타라 돈 많을 것이란 상식적인 추측도 가능하지만, 이번 경우에서 보듯 연예인이 쉽게 돈을 벌고, 호화판 생활을 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납치범은 범행당시 헬스클럽을 나온 도지원에게 "IMF인데 목욕이나 하고…"라며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즉 호화판 생활을 할 것이란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반감도 범행의 한 이유인 것.
얼굴이 알려져 노출되기 쉬운 `공인'인데도 경비나 보디가드 한명 없다는 `한국적 현실'도 이들이 표적으로 삼는 이유다. 미국 등 외국의 톱스타들이 영화 `보디가드'에서처럼 사설 보디가드까지 고용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행사 때 외에는 매니저와 코디가 동행할 정도일 뿐 거의 무방비상태다.
작년 연말 최진실은 유단자 로드매니저가 있어 구사일생으로 납치를 모면했지만, 그동안 위기일발을 겪은 연예인들은 한 두명이 아니다.
탤런트 K양은 `삼촌'이라고 하는 정신이상자가 매일 아파트 현관에서 기다려 이사를 몇차례나 갔고, C양도 최근 앨범을 도둑맞아 집을 옮겼다.
경찰에 따르면 아직은 스토킹 정도의 사례가 많으나,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범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도지원 납치범 체포에 수훈을 세운 서초경찰서 잠원파출소장 김유신경위에 따르면 "불규칙한 스케줄에 움직이는 연예인의 경우 사생활 노출을 꺼려하지 말고 든든한 매니저와 항상 동행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또 "어두운 곳이나 지하에 주차할 때에는 항상 주변을 살피고, 혼자 운전할 경우 항상 차창과 차문을 잠궈야 한다"고 충고한다.
[ 이준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