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들불처럼 되살아난 이중섭 예술혼 기리기
기사입력 1999년 01월 05일 15시 08분
불같은 예술혼을 사르다 40세에 요절한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 그가 1월의 문화인물로 거듭났다.
이화백은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잘 조화된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한국근대미술의 여명기를 연 인물.
암울한 시대와 불우한 환경, 비극적 삶 속에서도 한국미술사에 빛나는 발자취를 새긴 그의 그림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보는 사람을 향해 울부짖는 듯한 표정으로 민족을 상징한 `소' 그림들, 구천을 헤매던 두 마리의 긴 꼬리 닭이 드디어 짝을 만나 열렬한 입맞춤을 나누는 듯한 `투계' 그림, 담배 개비를 싸는 은박지를 긁고 유채로 메워 그린 아이 그림들(은지화)….
구성이 잘 되어서 시원스럽고, 붓질이 거침없으면서도 상징성과 표현성이 뛰어나다. 특히 `소' 그림은 초기에는 평화롭고 부드러운 표정에서 후기로 갈수록 고통과 고독, 쾡함 등이 뒤섞인 표정으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력이 있다. 그의 은지화 세점은 현대 한국작가들도 근접이 어려운 미국 뉴욕모던아트뮤지엄(MOMA)에 지난 55년에 소장돼 뉴욕 타임즈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남아있는 작품은 엽서화 90점, 은박지 그림 100점, 유화 100점, 월남전의 연필화 5점 등 모두 10호 크기 미만으로 약300여점으로 추정된다.
작품들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유래한 듯한 구성요소와 분위기, 고려청자의 무늬와 민화에서 유래한 듯한 어린이 상, 서체를 응용한 필체 등의 특징을 지닌다. 또 은지화도 상감기법이나 화강암에 새긴 선묘와 연결된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을 볼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중섭기념사업회(회장 구상)가 이화백의 문화인물 선정을 기념하기 위해 21일부터 2월 21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이중섭 특별전'을 마련한다. 이화백의 미공개 자화상을 포함, 대표작 50여점이 나오는데, 국립현대미술관, 고려대, 홍익대, 호암갤러리 등에서 정선한 작품들이다.
한편 강연회도 갤러리현대(22일부터 5회)와 국립현대미술관(29일)에서 마련되고,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의 대향 전시실에서도 `이중섭 특별회고전'(10일∼31일)을 연다. 72년 현대화랑, 86년 호암갤러리 전시후 13년만이다. (02)734－8215
[이화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