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비화X파일] 도사 사기꾼(1)
기사입력 1998년 01월 08일 14시 58분
자식을 대학에 보내주겠다거나 사기당한 돈을 되찾아주겠다며 여성들을 유인한 뒤 이들을 강간하고 거금을 빼앗은 자칭 `도사'가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불행을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을 더 큰 불행의 나락으로 이끈 `가짜 도사'의 사기 행각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X편집자주〉
"보살이 왜 이렇게 힘이 없어. 기（氣）를 충전시켜줄테니 잠자코 있어."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한 오피스텔.
승복을 입은 40대 남자가 비슷한 또래의 여자를 눕히고 향불을 한바퀴 돌린 뒤 다리 허벅지 복부 가슴 등을 차례대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여자가 어쩔 줄 몰라 고민하는 사이 남자는 속옷 깊숙이 손을 넣었다.
여자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예요."
한기웅（44·가명）은 절도 전과 7범으로 출소후 빌딩을 임대해 지하에 법당을 차리고 8층에 거실을 꾸며 여자들에게 소원을 들어주거나 기 치료를 해주겠다며 몸과 돈을 갈취할 계획을 세웠다.
첫 범행 대상은 이날 성추행한 은행 지점장 부인 강선혜씨（44·가명）.
아들의 명문대 합격을 빌기 위해 한기웅을 찾았던 강씨는 "보름 기도를 마치고 오라"는 말에 기도를 마치고 두번째 방문을 했다가 이같은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강씨는 자신을 한기웅에게 소개시켜준 `동대문 아줌마'에게 따졌다가 "기 치료를 한 걸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곡해를 하는가. 당장 달려가 사과하지 않으면 집안이 쫄딱 망한다"는 말을 듣고 부리나케 한기웅에게 달려갔다.
"도사님, 용서해주세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괜찮아. 악귀 5명이 붙었는데 내가 치료해서 3명이 떨어져 나갔어. 나머지도 차차 떼줄테니 우선 45일 기도부터 드려. 아침마다 법당에서 기도해."
몸둘 바를 모른 채 고개만 끄덕이는 강씨에게 한기웅은 슬며시 본론을 꺼냈다.
"벤츠를 한대 사야겠는데 돈 좀 꿔줄 수 있어? 아들 대학에 보내는 건 걱정하지 마. 사기 당한 땅도 다 찾아줄게."
강씨는 `사찰 지으려고 모아둔 60억원을 남편 은행에 예치시켜주겠다'는 말까지 듣자 8천800만원을 건네줬다.
며칠 뒤 한기웅은 강씨를 경기도 의정부 장현의 한 음식점으로 불러내 자칭 `영감'을 소개시켜줬다.
영감은 자신이 법조계 인사라며 조만간 검찰 고위층에 압력을 넣어 사기당한 땅을 되찾아주겠다고 큰소리쳤다.
한기웅은 그날밤 "남은 악귀를 쫓아내겠다"며 법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강씨를 거실로 불러들였다.
"전생에 너와 내가 결합을 못해 모든 일이 안풀리고 있는 거야."
그러나 강씨가 끝내 거부하자 한기웅은 가스총으로 위협하며 욕망을 채웠다. X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