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쌓이는 금붙이 보면 피로가 사라져'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5시 04분
"몸은 고단하지만, 쌓이는 금붙이를 보면 피로가 싹 달아납니다."
IMF체제 극복을 위한 `나라사랑 금모으기 캠페인'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서울 여의도 주택은행 본점.
귀금속감정사 양순오씨（30）는 자원봉사에 나선 동료 감정사 5명과 함께 창구에서 시민들이 들고온 금붙이의 순도와 양을 평가하느라 기지개를 켤 시간조차 없다.
하루 평균 수집되는 금의 분량은 주택은행 여의도 본점만 따져도 약 25㎏（약 3억8천여만원）.
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에서 파견된 양씨는 금반지나 금팔찌, 금목걸이 등에 순금을 증명하는 공인마크와 무게 등을 검사해 수탁증서를 발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렇게 수집된 금은 해외로 수출돼 귀중한 달러로 바뀌고 그 대금은 고객의 통장에 원화로 온라인 입금된다.
하루종일 금수집 창구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다 보니 화장실 갈 틈조차 없고 점심식사도 창구에서 빵과 우유로 때우기 일쑤다.
"금모으기 캠페인 때 맡기시면 환율변동에 관계없이 시중거래가 보다 1돈쭝당 3천∼4천원은 더 이익입니다. 의미없이 장롱 속에 넣어둔 금을 내다팔아 나라경제도 살리고 가계도 살찌우니 일석이조죠."
시민들이 주로 들고오는 금붙이 가운데는 `엄청난 노다지'도 상당수 섞여 있어 전문 감정사인 양씨마저 놀랄 때가 있다.
200돈쭝짜리 금송아지부터 70돈쭝짜리 용, 3㎏짜리 금괴 등 장롱 속에 넣어 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물건들이 속속 접수됐다.
금을 맡기러 온 시민들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일 때도 있다.
액세서리의 경우 세공과정에서 용접재료 등 불순물이 섞이게 돼 이 부분 만큼을 감량해 평가하면 "무게를 좀 더 쳐 달라"며 고집을 부린다는 것.
그래도 양씨는 "나라경제에 보탬이 되겠다고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을 볼 때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며 당초 오는 31일까지로 예정된 금모으기 캠페인을 더 연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