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옥션] 선진국형 미술품 경매 표방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43분
소더비, 크리스티 같은 `선진국형 미술품 경매사'를 표방했던 금호그룹의 아시아나옥션(주)이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지난 10월말 총괄책임자인 조명계 부사장(43．전 소더비 서울지점장)이 돌연 사퇴, 선장을 잃고 헤매던 아시아나옥션(주)은 거세게 몰아친 IMF의 한파에 지난 연말로 무릎을 꿇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12월 30일자로 아시아나옥션(주)의 경매사업부를 해체하고 직원들을 금호미술관, 회장부속실 등지로 전보발령을 냄으로써 사실상 경매사업을 포기한 것.
금호그룹이 박성용 명예회장의 주도로 아시아나옥션(주)을 연 것은 지난해 7월. 국내에 거의 유일한 경매전문가 조명계씨를 영입해, 총괄 실무를 맡겼고, 안국동 로터리 동덕빌딩(7층)에 자리를 잡았다. 인사동 인근에 경매장도 마련할 예정이었다.
자본금은 10억원 규모, 연간 두차례 미술품 경매시장을 정기적으로 개설해 고미술과 현대미술품 경매를 중개하고, 국제경매시장에도 진출하며 해외 유출 문화재도 발굴할 참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업계획은 박성용 명예회장과 그룹측과 갈등을 빚어온 조명계 부사장이 10월말 중도 사퇴를 함으로써 실행이 불투명해졌던 것. 모 은행컬렉션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선보이려던 첫경매도 지난해 11월에서 올 2∼3월로 미뤄졌고, 결국 사업포기까지 가게 된 것.
조명계씨는 "그룹측이 애초 전문영역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당초 약속도 잘지키지 않고, 너무 단기승부를 원하고 투자에 미지근해 손을 뗐다"면서 "만약 잘됐다면 국내 미술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나옥션(주)을 정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시작하려했으나 IMF한파가 너무 매서워 사업을 중지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제대로 된 경매는 미술계의 비합리적인 가격결정 구조에 변모를 주고, 장기적으로는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