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씨] 도자기로 '남녀' 형상화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42분
김대성(56．한국일보 편집위원) 윤열수씨(51．가천박물관 학예실장)가 공저로 펴낸 `한국의 성석(性石)'(푸른숲)은 성이 주제.
성석은 우리민족의 대표적 민간신앙의 하나인 성신신앙(性神信仰)의 대상. 성신신앙은 나무나 돌 따위로 남녀성기의 모형을 만들어 모셔놓고 신체(神體)로 믿거나, 성기와 유사한 암석 또는 암벽에 성기나 성교장면을 조각해두고 믿음을 바치는 민간신앙의 한 형태다.
이 책은 그런 성신신앙의 현장을 찾아 취재한 현장감 넘치는 글과 풍부한 사진자료를 담고 있다.
두 저자의 성석 순례기는 흥미롭기 짝이 없다.
서울의 경우 급격한 도시화 때문에 제대로 남아있는 성석이 드물다. 그러나 불암산 관악산 인왕산 등지에는 아직도 성석이 남아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여성 생식기의 외음부를 그대로 눕혀놓은 듯한 불암산 기슭의 밑바위 등은 자연의 오묘함에 넋을 잃게 할 정도로 `명작'.
원주 인근의 시탄마을에 있는 여근석은 여지없는 여인의 옥문(玉門) 형상을 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여자가 이 여근석을 건드리면 바람이 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옛날에는 정도대처럼 양철뚜껑을 만들어 사람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김대성씨는 "성석은 낯뜨거운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닌 귀중한 우리문화유산의 하나"라며 "전쟁과 새마을운동 등으로 수난을 겪었던 성석 가운데 아직 남아있는 것들이라도 소중하게 보존하자는 뜻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