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IMF한파에 두들겨맞은 '국산 야구방망이'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07분
경기용 배트 제작업체인 `탑'의 김태규사장（50）.
지난 94년부터 프로야구에 총 1만5천개의 배트를 납품해온 그가 요즘 실업자가 됐다.
올시즌부터 프로야구도 외화절약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2군경기에선 국산배트만 쓰기로 했지만 최근 방망이 제작을 중단한 김사장에겐 남의 얘기로 들릴뿐이다.
`탑'은 `킹'과 함께 국내에서 두곳뿐인 경기용 나무배트 제작업체.
이중 `탑' 방망이는 작년 프로야구 전체 공급량의 20％（약 2천자루）를 차지했다.
타자들의 기호에 맞춰 5일이면 제작하기 때문에 주문이 급증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원목은 전량 수입품.
방망이 한개를 제작할수 있는 원목 한개（길이 96㎝, 지름 7㎝）를 미국에서 1만4천원에 수입해 방망이 한개당 3만5천원씩을 받고 있지만 외제방망이 보단 절반정도가 싸다.
문제는 최근 달러가치가 치솟으면서 중간 수입업체가 원목대금을 개당 6천원 이상 올린 것.
당장 8일 원목 3천400개가 들어오는데 지불할 대금의 2천만원이 모자란다.
김씨는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가내 수공업형태의 영세업체에 대출을 해주는 곳이 없고, 원목 재고마저 바닥나자 배트생산 중지를 결정할수 밖에 없었다.
KBO는 "킹도 있기 때문에 2군경기에 쓰일 국산배트는 모자라지 않다"고 밝힌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목으로 만드는 `킹' 배트는 길이에 비해 무거운 탓에 겨울훈련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으며 경기때는 일부 선수들만이 사용하고 있다.
"당장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김사장은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납품기일을 어기게 된게 무엇보다 미안하다는 표정이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