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종씨] 'IMF시대 공연계도 체질개선 필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5시 05분
"거꾸로 보면 시장이 보입니다."
IMF 한파의 중심권에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만만하다. 오히려 왜 모두들 얼어붙기만 하느냐고 반문한다. 국내 공연계의 콜럼버스인 정동극장 홍사종 극장장(43).
그는 지난해말 `나무꾼과 선녀'를 공연하며 각 회사 노조원들에게 800여장의 표를 팔았다. 현실이 불안할수록 도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샐러리맨들에게 정동극장을 카타르시스의 장소로 제공하자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역마케팅 전략의 성공 사례인 셈이다.
홍씨는 "할리우드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미국 공황기였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새해에도 결코 수비 위주의 운영만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 효자 프로그램인 `전통예술 상설공연'을 활성화하고 `문화특활' `주문식 패키지 프로그램'은 극장의 브랜드 상품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극장의 대표적 공연 작품을 상설화하는 레퍼토리 시스템도 도입한다. `나무꾼과 선녀'를 매년 4∼5월 중 공연하고, 6∼7월엔 강부자의 `오구'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IMF 한파가 국내 공연계의 고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국내 문화 시장은 왜곡돼 있었습니다. 티켓 판매로 이윤을 내기에는 어림없는 비싼 값에 외국 연주 단체를 초청하고, 나중에 기업체에 손을 벌려왔어오. 예술유통 도매업자들(공연기획사)의 거품 경영을 없애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예요."
그래서 뮤지컬 `명성황후'처럼 작품성이 뛰어나 자생력을 갖춘 작품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씨는 또 주인 의식 없이 서비스 개념만 가진 몇몇 관영 극장의 타성적인 운영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 본다. 수억원씩 들여 제작한 작품을 1회만 공연하고마는 비효율적인 운영을 계속한다면 금세 도태된다는 것이다.
"섬이 고립무원의 공간이 아니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듯 IMF 한파도 잘 활용하면 우리에게 `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험난한 시대, 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