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3시 44분
팔철공화국으로 문패를 바꿔단 호랑이 사파리는 평온했다.
사파리의 왕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 있다.
새로운 왕에게 누군가 겁없이 도전장을 냈다가 잔인할 만큼 린치를 당하고 이때 조성된 공포 분위기가 한동안 유지된다는 점이다.
만약 도전자가 없더라도 새로운 왕은 만의 하나 있을 지 모르는 반역모의를 사전에 없애기 위해 `무력 시위'를 하곤 한다.
그러나 왕으로서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철없는 도전자'는 언제나 생기게 마련이다.
자기들과 같은 신분으로 있던 `보통 호랑이'가 어느날 갑자기 신분의 수직상승을 해 왕으로 군림하는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왕 몰래 암컷 꽁무니를 찾아 다니고, 왕의 눈치를 살펴가며 관람객 버스에 달린 닭고기를 떼어먹으러 함께 다니던 동료가 하루 아침에 왕이 돼 그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팔철에게는 떠벌이라는 `고마운' 호랑이가 마침 있어 사파리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다.
떠벌이가 온몸이 걸레가 되도록 얻어맞은 뒤로는 감히 고개를 치켜드는 호랑이가 없었다.
팔철공화국의 태평성대가 시작된 셈이다.
팔철은 우선 쌍대를 중용(重用)했다.
대독_대국으로 이어진 전왕을 모셔온 쌍대는 사파리에서 제일 가는 전략가요, 모사꾼이었다.
쌍대는 대국의 심복이었지만 정권이 바뀌자 또다시 주인이 바뀐 셈이었다.
거꾸로 보면 쌍대는 왕에게는 꼭 필요한 능력가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쌍대는 오히려 대국 밑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영화를 누리게 됐다.
팔철이 대국의 암컷을 빼앗아 쌍대에게 준 것이다.
사파리에 있는 암호랑이 6마리 가운데 팔철의 몫은 3마리, 쌍대는 2마리, 대국은 1마리가 됐다.
쫓겨난 왕에게는 암컷이 한마리도 돌아가지 않는 게 상례지만 대국의 경우 평화적으로 팔철에게 왕위를 넘겨준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