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음악계전망] 움추린 속 피아노 연주회만 '풍성'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29분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올 한해 음악계에는 찬바람이 감돈다. 특히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전멸'에 가깝다.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각 기획사의 올 공연계획서를 들여다보면 러시아나 동유럽의 몇몇 교향악단 이름만 드문드문 눈에 띈다. 문체부의 `건당 10만달러 이상 공연자제' 요청 탓도 있다.
그 와중에 피아니스트의 연주회는 예년에 비해 훨씬 풍성하다. `98년은 피아노의 해'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신예 피아니스트 공연이 풍성하다. 상대적으로 개런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인 연주자들의 공연은 그럭저럭 평년작은 된다.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 공식 임기를 시작한 지휘자 정명훈은 정기공연 외에 5월엔 특별 환경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또 김영욱 조영창 등과 8월 `7인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펼친다.
바이올리니스트 중에서는 정경화, 김영욱, 김남윤, 줄리엣 강 등이 차례로 무대에 선다. 정씨는 전국 성당 순례연주회를 준비하고 있고, 김남윤은 10월 독주회, 12월 클로드 볼링과 듀오콘서트 등 왕성한 활동을 예고한다.
어느덧 숙녀로 성장한 장영주도 6월 독주회를 통해 성숙한 기량을 선보인다.
피아노 연주회는 국내외 연주자를 가리지 않고 일년내내 화려하다. 3월엔 백혜선이 첫 음반 발매기념 콘서트, 백건우는 전공인 작곡가 라벨을 주제로 한 리사이틀로 팬들을 찾는다. 김혜정은 9월 서울올림픽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련한다.
해외연주자들 중에서도 피아니스트들 이름이 유독 눈길을 끈다.
9년만에 다시 피아노 앞에 선 부닌(2월), 96년 그래미상 수상자인 윈스턴과 `악마의 기교'로 평가받는 리시차(4월), 현대 피아니즘을 이끄는 아슈케나지(5월), 백혜선이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피아니스트'로 꼽은 리프시츠(7월), `건반 위의 철학자' 셔먼(9월), 신동 출신의 키신(10월) 등 모두 놓치기 아까운 연주자들이다.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9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0월),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12월), 카운터 테너 슬라바(12월)로 이어지는 성악가들의 무대도 아쉽지 않다.
관현악단으로는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3월), 영국 리버풀 필하모니(10월), 러시아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의 일정이 잡혀 있다. 산타체칠리아, 아시아필,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오케스트라 등의 내한공연이 기획단계에 있지만,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