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잘살아보세' 새마을응원가 등장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4시 39분
◇…`IMF 한파'로 잔뜩 움츠린 채 무인년（戊寅年）을 맞았지만 프로농구 코트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던 일주일이었습니다.
먼저 지난 신정연휴 동안 서울경기장 주위에서 펼쳐졌던 뒷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연휴기간 동안 잠실실내체육관 관중석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지난 2일엔 프로농구사상 최다관중인 1만2천556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1천여명이 많은 1만4천여명이 경기를 지켜봤다는 게 KBL（한국농구연맹）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3층까지 좌석이 꽉 들어찬 것은 물론이고 복도까지 관중들이 늘어선데다 플로어에 마련된 특석까지 대만원을 이뤘던 겁니다.
이날 이처럼 많은 관중이 몰린 이유로는 IMF시대를 맞아 야외로 나가기보다는 가족단위로 농구장을 찾았고, 특히 기아 삼성 현대 동양 등 열성팬들이 많은 팀들의 경기가 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폭발적인 관중은 4일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산사직체육관은 잠실체육관보다 규모가 커 만원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8천여명에 이르는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경기시작 3시간전부터 관중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4개의 전산 티켓발매기를 풀가동했는데도 팬들의 행렬은 200@ 이상 장사진을 이뤘지요.
기아의 마스코트들은 순서를 기다리느라 추위에 떨고 있는 팬들을 위해 체육관 밖까지 진출해 재롱을 떨기도 했습니다. 암표상들도 대목을 맞은듯 활개를 친 하루였습니다.
◇…팬들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도 있었다면서요.
◇…네. 지난 3일 잠실체육관 KBL사무실에는 아이를 업은 50대 여인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아주머니의 항변은 이렇습니다.
주말과 휴일경기 대부분을 보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2일에도 두번째 경기인 현대－동양전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답니다.
그런데 첫번째 경기의 3쿼터가 진행되는 때에 표를 사서 입장하려는 순간 출입구에서 내침을 당했다는군요. 체육관측이 첫번째 경기가 끝나기 전에는 입장을 불허한다면서 쫓아낸 것이지요.
아주머니는 찬바람 속에서 꼬박 1시간을 버텼고 이 와중에 두살바기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는군요. 억울함을 참지 못한 아주머니는 이튿날 KBL 사무실까지 찾아와 시위를 벌인 겁니다.
KBL측은 "규정상 첫번째 경기 3쿼터 이후부터는 입장이 가능하다"면서 "입장은 체육관측이 맡는 만큼 체육관 담당자를 찾으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되풀이해 그 아주머니를 더욱 분노케 했습니다. 팬들을 위한다며 주말과 휴일경기 시간을 오후 2시에서 3시로 늦춘 KBL의 서비스자세가 의심스러웠던 현장이었습니다.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농구코트의 응원가도 70년대로 되돌아간 듯 합니다.
어느 기업보다 경제위기와 관련이 많은 기아는 지난 4일 현대와의 홈경기 도중 70년대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는 `잘살아보세'를 응원가로 틀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에 동참하자는 의미에선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응원가로는 부적절하다는 반응도 만만찮았습니다.
◇…대우의 우지원과 김 훈이 지난주 PC통신에 불명예스러운 단골손님으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IMF 한파'에도 아랑곳않고 외제승용차 BMW를 구입해 타고 다닌다는 보도 때문이었지요.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값비싼 외제차냐' `공인답지 못한 철없는 행동이다' 등 통신 동호인들의 비난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비난여론이 들끓고 구단 사무실에 항의전화가 빗발치자 대우구단은 차량소유주가 이들의 부모이며 구입시기도 `IMF 파동' 전인 지난해 가을이었다는 해명자료를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습니다.
당사자인 김 훈과 우지원은 최근 차량 처분의사까지 밝혔지만 `BMW 파문'은 농구팬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여론입니다.
특히 우지원은 자신의 팬클럽 이름이 `BMW（Basket Man Woo ji won）'인지라 이래저래 인연이 많다는 후문입니다.
◇…동양에 `껌 징크스'가 생겨날 것 같습니다. 동양은 최근 팬서비스용으로 자사의 껌을 돌렸는데 그때마다 역전패하는 징크스를 보인 것이지요.
이 소식을 전해들은 모구단 관계자는 "껌의 특성이 바닥에 착 달라붙는데다 일부 껌이 상대 구단 관계자에게 넘겨져 졸지에 적진에서 `씹힌' 것이 연패의 액운을 부른 게 아니냐"며 친절하게 분석까지 내려주더군요.
◇…지난 3일 나래 이원흥 단장은 나산과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식은땀을 한바가지나 흘렸다고 옆에서 지켜본 모구단 단장이 전하더군요.
나래가 90대88로 이겼지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데다 실수 하나에 승부가 엇갈려 식은땀이 날만했다는 게 그 단장의 전언입니다.
이단장은 "농구팀 단장을 맡고 난 뒤부터 심장이 약해졌는지 자동차 경적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며 한숨을 토하더군요.
◇…나산은 역시 `도깨비팀'임이 입증됐습니다.
나산은 최하위 SK에도 패하는가 하면 선두 현대를 격파하는 등 들쭉날쭉한 전력으로 올시즌 초반부터 `도깨비팀'이란 닉네임을 얻었습니다.
이 별명에는 나산이 전력 이상으로 선전한다는 점도 포함된 게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나산 관계자들은 지난주까지 7연승 행진을 펼치자 "이제 `도깨비팀'이란 수식어는 그만 써달라"고 요청하더군요. 7연승으로 안정된 전력이 입증된 게 아니냐는 항변이었지요.
그러나 나산은 3일 현대전 분패에 이어 4일 대우전서는 20점차로 대패하며 다시 연승과 연패의 `널뛰기'를 시작해 `도깨비팀'이란 수식어를 털어버리는데 실패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