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제품 안쓰기운동 '태극기를 배낭에'
기사입력 1998년 01월 03일 14시 42분
`이스트팩 배낭을 태극기표 배낭으로－.'
신세대들 사이에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등 고가의 외제배낭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화제다.
서울 아현동 중앙여고생들은 최근 `IMF시대에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주제로 긴급 학생회의를 열고 `외제품 안쓰기 운동'의 하나로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등 수입배낭의 상표부분에 소형 태극기를 덧대기로 결의했다.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등의 배낭은 해외유학생들이 하나둘씩 가지고 귀국한 게 어느새 국내에 유행하게 된 것으로 신세대들 사이에 이런 배낭을 메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여고에서도 설문조사 결과 1천600여명의 전교생 가운데 70％가 수입 배낭을 메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미 `수입품＝멋있고 좋은 것'이란 사고가 깊게 뿌리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중앙여고 학생들은 학교앞 양장점에 배낭의 상표부분에 덧댈 가로 6㎝, 세로 4㎝의 소형 태극기 1천개를 우선 주문해 이를 가방에 부착해 다니고 있다.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 사용하던 외제배낭을 폐기한다면 그것 또한 자원낭비가 되는 만큼, 외제상표를 태극기로 지우고 그 대신 앞으로는 외제품 사용을 자제하기로 마음을 모은 것.
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의 뜻을 가상하게 여겨 개당 300원 하는 소형 태극기 1천개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했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 이영덕 교사는 "학생들의 결정이 대견하다"며 "어려운 나라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외제품 사용을 멀리하는 등 생활주변의 작은 일부터 먼저 실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주위에서 이상하게 본다" "왠지 창피하다"는 등의 불평도 나왔지만, 절대다수의 학생들이 "진작 태극기를 붙일걸 그랬다", "그동안 외제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2학년 이윤선양은 "태극기를 배낭에 붙이고 다니니 주위 어른들도 기특하다고 한마디씩 한다"며 "한창때의 `서태지와 아이들'도 라이브무대에 꼭 대형 태극기를 걸어놓아 팬들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