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성의풍속사] (2)금나라 황후
기사입력 1998년 01월 03일 14시 34분
남편이 잠자리를 피한다고 이혼청구 소송을 냈던 여자가 뉴스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고개숙인 남자들이 뜨끔하게도 재판결과는 아마 여인승（女人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로 연극중에도 `이혼청구 소송'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남편이 섹스를 한사코 기피하자 아내가 `남편의 회사 사장이 낮일을 너무 많이 시켜 남편이 밤일을 못한다'며 법에 호소, 승소한다는 내용이다.
밤에 여자를 외롭게 만드는 남자는 죄인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이야 남편이 시원찮으면 이렇게 법적대응을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어림도 없었다.
중국땅 금나라 혜릉왕 때 얘기.
혜릉왕은 아무 여자나 집적거리는 멍멍이였다. 어느날 혜릉왕은 신하의 마누라인 천하절색 정가를 왕실잔치에 초대해 남편 몰래 건드렸다.
야사에 따르면 처음 "아니되옵니다"를 외치던 정가는 혜릉왕과 한바탕 하면서 태도를 바꿔 "되옵니다"를 밤새 외쳤다고 한다. 밤새 땀을 흘리고 난 혜릉왕은 다음날 아침 정가에게 말했다.
"너 참 좋다. 오늘밤에 남편을 죽이고 나한테 오거라. 그러면 내가 너를 황후자리에 올려주마."
"아니되옵니다."
"안되긴. 내말을 안들으면 너는 물론이고 부모형제마저 저 세상인줄 알아라."
"되옵니다."
정가는 그날밤 남편을 독살하고 혜릉왕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혜릉왕은 약속대로 황후자리를 내주었으나, 그 날 이후 그녀와의 잠자리를 한사코 피하는 것이었다.
여섯달이 흘렀다. 정가는 미칠 것 같았다. 밤마다 혜릉왕과 죽은 남편이 자신을 안아주는 꿈을 꾸다 깨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못참아！"
화가 난 정가는 한가지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집에서 부리던 염걸아라는 하인을 커다란 상자 안에 넣어 몰래 궁 안으로 들인 것이다. 상자안의 염걸아가 궁성 문밖에서 정가의 침실로 배달된 시간은 DHL보다 빨랐다.
정가는 염걸아를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침대 위로 밀어붙였다. 6개월이나 굶주렸던 그녀는 너무 급해 염걸아를 목욕도 시키지 않은채 막바로 행동개시했다.
그런데 비오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금나라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정가가 염걸아와 막 하고 있는 그 순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원수같은 혜릉왕이 들이닥친 것이다.
"어라, 요것들봐라?"
정가, 염걸아, DHL 배달사원 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통재라, 요즘같으면 정가가 혜릉왕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