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작은고추 매운맛 봤지?'
기사입력 1998년 01월 03일 14시 16분
프로농구 최단신 선수인 경남 LG 김태진（24）의 알려진 신장은 1@74.
그러나 이같은 신장은 신발을 신고 잰 것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2㎝ 가량 작다.
일반인으로 쳐도 평범한 수준인 그의 키는 코트에선 아예 파묻혔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다.
그런 그를 지난해 LG가 지명했을 때 모두들 코웃음을 쳤다.
"롱다리들이 줄을 섰는데 왜 하필 쟤야."
키가 작다는 이유로 연습생 자격으로 명지대에 입학한 그는 조성훈 조성원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졸업반이 돼서야 겨우 코트에 설 수 있었다.
그의 유일한 수상경력은 지난 96년 LG반도체배 대학농구에서 받은 어시스트상.
그러나 이 대회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현재 LG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방 열 경원대 교수가 대회 기간중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김태진을 점찍은 것이다.
당시 방교수는 "비록 신장은 작지만 순발력이나 투지, 슛감각, 드리블 등 포인트가드가 갖춰야 할 자질을 모두 완비했다"며 LG에 강력히 그를 추천했다.
신생팀 LG가 올시즌 중반까지 돌풍을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김태진의 재치넘친 플레이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풀코트 강압수비나 기습적인 더블팀, 상대팀을 혼란에 빠뜨리는 함정수비 등 LG가 지향하는 수비농구는 그가 없었다면 결실을 맺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5㎝만 더 컸더라면…."
시즌 개막전 "김태진이 크게 한몫 할 것이니 기대하라"면서도 작은 신장 때문에 늘 아쉬움을 털어놨던 이충희 LG 감독은 요즘 그를 볼 때마다 그저 뿌듯하다.
"체구가 작으니까 저렇게 놀라운 스피드가 나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