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마당쇠의 꿈(17)
기사입력 1998년 01월 02일 15시 27분
`마당쇠가 분명히 나를 먼저 노릴 것이다'.
대국의 판단은 옳았다.
팔철은 전투력이나 덩치가 마당쇠에 못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신을 먼저 해치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마당쇠는 대국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대국은 급히 쌍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해법이 필요했던 것이다.
쌍대의 의견은 간단명료했다.
`팔철과의 연대를 강화하자'.
역시 그 방법밖에 없었다.
대국은 눈보라를 뚫고 쌍대와 함께 팔철을 찾았다.
마당쇠가 복귀한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팔철은 악천후 속에도 호숙을 품고 있었다.
팔철은 불청객의 방해로 단꿈을 깬 게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대국 일행을 맞았다.
대국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팔철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올 게 왔다는 표정이었다.
마당쇠와 맞대결을 펼쳐도 좋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대국은 그런 팔철이 더욱 믿음직스러웠다.
대국의 심리 변화를 환하게 꿰뚫고 있는 팔철은 더욱 거드름을 피우며 `도대체 왜 나를 찾아왔느냐'는 듯 귀찮은 시늉을 해보였다.
대국은 다급해졌다.
지금쯤 마당쇠가 잔뜩 독기를 품고 자신을 찾아다닐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팔철이 있던 곳이 사파리에서는 그래도 후미진 곳이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필요한 게 뭐야. 다 들어줄게."
대국은 스스로 무장해제를 했다.
팔철은 노리는 것은 뻔했다.
더욱 많은 암컷이었다.
`얼마나 요구할까.'
대국은 백지수표를 디밀면서도 걱정이 컸다.
사파리의 암컷이라야 6마리.
이미 호숙, 호정 2마리를 확보한 팔철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
대국은 다급한 마음이었지만 팔철은 급할 게 없었다.
팔철은 백지수표에 얼른 숫자를 적지 않고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얼마나 적을까.'
대국은 판사의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마음을 졸인 채 팔철의 눈치를 살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