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현감독] 한일합섬 우승비결
기사입력 1997년 01월 07일 14시 27분
`여심（女心） 꿰뚫기 1차작전 성공.' 이 8게임연속 무실세트 승으로 97한국배구 슈퍼리그 1차대회 여자부 정상에 오를수 있었던 것은 차주현 감독（41） 특유의 `여심 독해법'도 한 몫을 했다. 사령탑 취임식을 하루 앞둔 지난해 4월29일. 차감독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대망의 실업팀 지휘봉을 쥐게 됐다는 부푼 기대 때문이 아니었다. 전날 그에게 간곡하게 당부하던 한 선배의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힌 까닭이다. "여자실업팀을 이끈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 앞으로 1∼2년간 당신은 `왕언니'가 돼야 돼. 남자라는 가운을 벗어버려야 해." 그는 25년간의 선수－코치생활을 통해 단 한차례도 여자팀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숙맥'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비장의 노하우'가 있었다. 지난 93년 대한항공 코치를 그만두고 3년간 일반직으로 근무하면서 익힌 `여심 독해법'이었다. 그는 한때 스튜어디스를 관리하는 업무에 종사했다. 수많은 여자들을 상대하며 마음고생도 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여린 여자후배들에겐 엄청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진리'도 깨달았다. 공－사가 분명한 엄격함 속에서도 비행기 좌석에서 졸고있는 후배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따뜻한 마음. 그의 이런 `여심 관리'는 백구코트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첫날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차 언니'로 변신한 것이다. 팀의 약점인 서브리시브 보완을 위해 이미 굳을대로 굳은 몸을 굴리며 몸소 시범을 보였다. "나는 원맨쇼를 원치 않는다. 팀이 우선이다. 매게임 강타를 날려도 팀의 인화를 해치면 다음경기에선 후보선수 신세가 될 것이다." 수비가 견실해지고 실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종별대회（5월）, 96한국배구대제전（11월）에 이은 슈퍼리그 1차대회 우승…. 사령탑 취임 9개월만에 그는 3개의 전국대회를 휩쓰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