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승] 파울은 내 친구
기사입력 1997년 01월 05일 14시 32분
농구에서는 반칙도 중요한 전술. 팀파울의 한도내에서 선수마다 주어진 5개의 파울을 유효적절한 시기에 이용해 상대팀 공격의 리듬을 끊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지도자들은 경기가 끝나면 파울수가 많이 남은 선수를 질책하곤 한다. 의 `터프가이' 이지승（李智昇．25）은 국내에서 경기당 파울수가 가장 많은 선수 중 하나이다. 경기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그가 코트에 서있는 일은 극히 드문 경우. 그도 그럴 것이 이지승의 곁엔 늘 우지원 문경은 등 농구판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하다. 상대팀 주득점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실점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그림같은 플레이를 반칙으로 자르는 게 그의 중차대한 임무다.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이지승의 육탄방어에 막힌 스타플레이어들은 벤치로 불려가기 일쑤. 그래서 그는 오빠부대들의 `공적（共敵） 1호'로 꼽힌다. 구랍 27일 벌어진 동양제과전서 이지승은 `에어' 을 경기 내내 전담마크하면서 맨투맨 플레이의 정석을 선보였다. 국내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후배 을 20득점 이내로 막는게 그의 임무였다. 신장의 열세에다 탄력과 테크닉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전반동안 11득점을 내준 이지승은 후반부터 파워플레이로 을 몰아붙였다. 몸싸움을 극도로 싫어하는 은 이지승의 불도저같은 힘에 밀려 외곽으로 쫓겨났고 후반서 겨우 3득점, 로포스트도 자연스럽게 의 독무대가 됐다. 음지에서 뛰며 양지를 지향하는 수비전문 선수에게 득점을 바라는 건 과욕. 하지만 이지승은 이날 의 득점을 틀어막으면서도 3점슛 2개를 비롯, 17득점을 뽑아내며 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또 지난 3일 재계 라이벌 전서는 강양택을 8득점으로 꽁꽁 묶어버리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 선－후배와 몸싸움에다 신경전까지 벌여야 한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는 이지승은 확실히 승부사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