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정패션] 젊음의 거리 휘쓴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4일 14시 24분
압정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신세대들에게는 압정（압핀）이 게시판 등에 메모지나 종이 따위를 눌러 붙이는 일차적인 용도만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힙합풍 패션의 필수 액세서리로 사용되기도 하고, 일부 청소년층 사이에서는 `계급장'의 역할까지 한다. 요즘 명동 돈암동 압구정동 등 `젊은이의 거리'에는 멀쩡한 청바지 아랫단에 압정을 박고 다니는 10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압정의 뾰족한 핀은 청바지를 관통해 두툼한 농구화나 캐주얼화의 뒤축에 박혀 청바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세대들이 압정을 청바지 아랫단에 박는 것은 우선 바지 끝을 신발 뒤축에 고정시켜 땅에 스칠 듯 말 듯한 `절묘한' 실루엣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다음으로는 경제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한창 유행하는 힙합 패션이나 그런지룩（거지패션）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펑퍼짐하고 긴 청바지를 구겨 입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소모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헐렁하게 입다보면 10만원대에 육박하는 비싼 청바지의 아랫단이 걸을 때마다 길바닥에 쓸려 너덜너덜하게 손상되게 마련. 그래서 압정을 청바지 아랫단의 알맞은 위치에 박아 구두나 캐주얼화 뒤축에 고정시키는 방법이 등장해 신세대들 사이에 금세 퍼지게 된 것이다. 빼고 박기가 편하다는 것도 압정 패션의 유행을 부채질한 요소. 또 일부 비행 청소년층 사이에서는 압정이 특이하게도 `계급장'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압정의 개수로 학년을 표시하거나, 불량 서클내에서 상하의 위계 질서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시판된 `골드압핀'과 같이 황금색을 띤 압정은 일부 중－고교앞 문구점에서 품귀 현상을 빚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고교 2년생 최형석군（17）은 "압정 패션을 한 친구들끼리는 묘한 동료 의식이 생긴다"며 "압정 덕분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고, 비싼 청바지도 닳을 일이 없어 한마디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