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한영준] 두 은퇴선수의 늦깎이 공부
기사입력 1997년 01월 04일 13시 57분
청년1_서른 여섯 나이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청년2_자비를 들여 해외교육리그를 다녀왔다. 롯데 김민호와 한영준. 지난해 9월 그라운드를 떠난 이들이 `청년의 열정'으로 늦깎이 공부에 도전했다. 김민호는 최근 체육대학원에 합격했다. 쌍방울의 컨디셔닝 고문인 백영호씨가 지도교수다. 한영준은 롯데의 윈터리그에 섞여 선진야구 `물'을 맛보고 왔다. "없는 살림에 내린 용단"이라고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덕아웃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김민호의 모습은 영락없이 별명인 `자갈치' 시장 아줌마 그대로다. 반면 `악바리' 한영준은 외유내강의 표본. 은퇴후 둘중 하나는 자연히 코치로 될 줄 알았지만 감독은 애써 외면했다. 95년 12월 초순께 감독은 선수들이 모두 있는 자리서 이런 말을 했다. 이날은 조성옥코치가 선수에서 코치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날이었다. "앞으로 선수에서 바로 코치가 되는 경우는 （조）성옥이가 마지막이다." 그 후 1년이 넘었다. 둘의 최근 소식을 전해 들은 감독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금 배우지 않으면 기회는 없어. 발가벗은 상태서 시작하는 것하고 그냥 `주는 밥'만 받아먹는 경우는 하늘과 땅 차이야. 서운했겠지만 나는 지금도 그때 결정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김감독 자신 또한 곧바로 지도자 코스를 밟은 것이 최근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두 노장의 내일엔 어떤 보장도, 전망도 없다. 그러나 심장엔 청년의 박동소리가 들린다.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땀방울임을 믿고 있는, 아름다운 30대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