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갑] 신인왕은 나의 것
기사입력 1997년 01월 03일 14시 53분
한화 （24）은 단국대에 진학할 때까지 단 한번도 `백조'가 된 적이 없다.
이름이 좀 났다싶은 신인들이 고교와 대학시절에 한번쯤은 경험했던 청소년대표나 국가대표에 발탁된 적이 없는 `무명씨'.
오히려 중학과 고교시절에는 `미운오리새끼'에 가까웠다.
의 수난은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입학은 천안북중으로 했지만 졸업은 온양중학에서 한 떠돌이 생활이었다.
키가 작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천안북중은 2학년말까지도 일반 학생들 보다 키가 작았던 을 더이상 야구부에 남겨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부를 권유했었다.
오로지 야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은 편하게 운동하기 위해 천안 근처의 온양중학으로 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갑자기 키가 클 수는 없었다.
고교진학이 어렵다는 비보를 접한 은 키가 클 시간을 벌기 위해 1년을 쉰 뒤 북일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좀처럼 자랄 것 같지 않던 키도 고교시절을 거치면서 1년에 15㎝ 이상 쑥쑥 컸고 어느새 동기생들 못지 않는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게 됐다.
그러나 북일고 시절에는 대학진학을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 운동을 게을리하는 불운을 겪었다.
전화위복이었다.
작년 미국 레드삭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빠른 볼을 뿌리는 강철어깨를 만드는데 귀중한 휴식시간이 된 셈이다.
최고 스피드는 작년 대학야구 최고인 시속 151㎞.
직구에 비해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지적이지만 졸업반이 되면서 고교시절의 투구폼을 회복, 컨트롤이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 국가대표를 거친 동기생들이 `5억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과 달리 3억7천만원에 사인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태극마크를 달지 않는 설움을 프로에서 멋지게 보상받을 자신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 자기 자신이 최대 라이벌로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