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승 초단 ●김영삼 2단 = 본선 토너먼트 제1국
기사입력 1996년 05월 28일 17시 58분
** 흑73으로 우상일대 백은 갇힌신세
제7보(61~73)=`타협이냐, 전투냐'의 주사위는 소년에게 넘겨졌다. 노타임으로 이어지던 수순이 조금씩 느려진다. 4분을 숙고한 소년은 백 62의 `전투'를 택했다.
본선 첫무대에 오른 소년의 파릇한 기세로는 무덤덤하게 보이는 69의 곳보다는 강렬한 62가 더 어울려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분일 뿐, 사실 백 62는 무리였다. 백은 지금 상변을 양분하면서 흘러나온 흑의 장대말과 막강한 우상귀 흑진으로 형성된 협곡에 갇히기 일보직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기십결(圍棋十訣)에도 이르지 않던가. 지금은 피강자보(彼强自保:주위의 적이 강할 경우에는 나의 돌을 갈라지지 않게 보호하라)요, 세고취화(勢孤取和:내 형세가 외롭거든 싸우지 말고 평화를 취하라)의 시기인 것이다. 의 백 1이면 흑도 2로 늘어두는 정도. 만일, 흑이 의 흑 1로 봉쇄해오면 백
가 있다. 계속해서 흑 3으로 끊는 것은 위험. 백 4, 6이면 오히려 흑
가 모조리 걸려든다. 그렇다고 흑 3으로 의 흑 1에 잇는 것은 백 2로 그만. 흑 3으로 막으면 백 4 다음 A, B가 있다.
이곳은 흑의 세력권. 백 62, 64로 급전을 택한 이상 흑도 물러설 이유는 없다. 청년과 소년의 기세가 정면으로 충돌, 불꽃을 일으킨다. 흑 73으로 백 한점을 되따내 우상일대의 백은 일단 협곡에 갇힌 신세가 돼버렸다. 어쩌려는가.(73…67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