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강관욱씨]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기사입력 1996년 05월 21일 15시 26분
일장기 위에서 남성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알몸의 처녀와 발길질 당하는 알몸의 남자, 거대한 독재자의 발아래 고통받는 민초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8일까지 선보이는 중견 조각가 강관욱씨(51)의 전시장.
30여년간 이땅의 토착적인 조각양식을 모색해온 강씨의 11년만의 작품들이 `자생조각(自生彫刻)'으로 우뚝섰다.
출품작은 조각 34점에 판화 10점. 한국산 대리석과 화강암을 재료로 쓴데다 끌과 정으로 쪼아서 우툴투툴하게 마무리한 독창적인 기법이 눈길을 끈다.
작품의 큰주제는 `구원'. 일제시대 종군위안부 문제 등을 다룬 `1937년 어느 길고 긴날' 외에도 가난과 고통속에 남편과 자식을 위해 한평생 살아오느라 빈젖이 된 할머니. 역사와 시대를 정시해온 강한 작가의식이 삶의 고통과 한으로 부드럽고 섬세하게 녹아있다.
"서구조각의 모방이 아닌 `우리것'을 계속하겠다"는 강씨는 "앞으로는 `파도'처럼 새롭고 현대적인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강씨는 여러차례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대학시절부터 `자생조각'을 생각했다는 강씨는, 지난 90년 전남대 교수직을 미련없이 벗어던지고 태안반도 바닷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1945년 전북 군산 태생. 홍익대와 대학원조소과 졸업.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과 특선,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추천작가를 거쳤다. 서울전시에 이어 충남 천안 아리리오화랑(6월1~16일), 광주시립미술관(6월20~30일)에서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