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동풍(東風)은 용(龍)을 부르는가⑫
기사입력 1996년 05월 21일 13시 56분
동작은 놀랍도록 빨랐다.
하지만 사원의 반응 또한 절묘했다. 완전히 인사불성이던 그는 즉각 검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모용추의 뻗어오는 손가락을 막는다. 흠칫 놀라는 모용추.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는 어느덧 가느다란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보고를 받고 달려왔지만 나와 계약한 사원은 간 곳 없고 웬 술주정뱅이만 있어서 확인을 했는데 정녕 당신이군요."
사원은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는 모용추의 손가락에 대고 코를 킁킁거린다.
"이 향내는 나를 위해 옷을 벗었던 그녀 모용추의 것이군."
모용추는 요염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맞아요. 그러나 당신은 예전의 그가 아니군요."
사원은 게슴츠레한 눈을 억지로 뜬다.
"우리는 모두 어제의 그 모습 그대로가 되지 못하오. 당신도 예외는 아니고."
모용추는 사원의 맞은 편에 걸터앉으며 요염한 미소를 흘렸다.
"인정해요. 변한다는 거… 특히 당신은 더 많이 변했군요."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모용추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동방산장의 이소야를 죽였나요?"
"그렇소."
갑자기 모용추의 안색이 홱 바뀌었다. 긴장과 격앙의 표정이 드러났다. 그녀는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사실인가요?"
"이소야가 죽었다는 얘길 듣고 나와 동침하기 위해 달려온 게 아니오?"
"설명해줘요."
"무슨 설명이 필요하단 말이오? 난 당신의 주문대로 이소야를 죽였고 이제 당신은 나를 위해 옷을 벗으면 되는거요."
모용추는 냉정해지고 있었다.
"이소야를 죽였다면 당신은 당연지사 날 찾아왔을 거예요. 한데, 이곳에서 술독에 빠져 있는 까닭은 뭐죠?"
"그건…그건 말이오…."
사원이 미처 대답을 꺼내기도 전에 모용추가 싸늘하게 소리쳤다.
"이소야를 이기지 못한 건가요? 그 사람에게 당했나요?"
사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날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소."
"그럼…두려워서 인가요?"
사원이 웃었다. 묘한 웃음이었다.
"누굴 두려워해 본 기억이 없소."
"그래요?"
"하지만 당신은 두렵구려."
모용추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까르르르… 너무 재미있군요. 날 두려워 하는 사람을 난 좋아해요."
"이소야를 죽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모용추의 표정이 단호하게 변했다. 의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