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사랑방]축구장마다 '월드컵 코리아'
기사입력 1996년 05월 20일 17시 18분
◐... 2002년 월드컵유치국 결정을 열흘 남짓 남겨둔 요즘 전국의 각 축구장은 몰려드는 관중들로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입니다.
지난 16일 ->대표팀 초청 친선경기서 무려 8만이 넘는 인파가 잠실벌로 몰려든 데 이어 18일 제11회 아프로-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천안 일화- -> 올랜도간의 경기에도 7만에 가까운 관중들이 입장, 한국의 축구열기를 재삼 실감케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19일 광양서 벌어진 코리안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부천 ->의 경기에도 2만명 가까이 몰려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럼 우선 단 2경기에 15만명이 몰린 잠실벌의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 16일 국가대표팀과 ->대표팀의 친선경기는 참으로 묘하다는 느낌을 주더군요.
이날 한국이 0대2로 패했는데도 이를 나무라는 관중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다 잡은 골을 넣지도 못했다"느니 "조기축구회를 내보내도 그 보다는 낫겠다"느니 하는 빈정거림이 뒤따르게 마련이었으나 이날은 오직 `2002년 월드컵'만을 외치며 기분좋게 경기장을 떠난 것이지요.
월드컵 유치를 향한 국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뜨거운 지를 느낄 수 있겠더라구요.
**관중들 경품외면 기현상
◐... 정말 그렇습니다.
아프로-아시아클럽선수권에선 경기가 끝난 후 최신형 승용차 1대와 98 ->월드컵 개회식 참관 티籌및 왕복항공권, 카메라 60대 등의 푸짐한 경품을 추첨했는데 대부분의 관중들이 이를 마다하고 경기와 응원만을 즐기고는 그라운드를 떠나는 기현상이 나타났을 정도입니다.
종전엔 `염불' 못지않게 `젯밥'에 신경들을 썼었으나 이젠 축구 그 자체에 마음이 있지 `젯밥'인 경품을 바라고 경기장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지요.
**첫 야간경기 북새통
◐... 처음으로 야간경기가 벌어진 광양도 대단했습니다.
전남이 총 공사비 32억원을 들여 세운 조명탑 4기를 지난 19일 부천과의 경기서 처음으로 가동을 했는데 그동안 야간경기를 아쉬워했던 전남지역 팬들이 대거 몰려 광양전용구장이 북새통을 이룬 것이지요.
이날 1만5천명 수용규모의 광양전용구장엔 1만8천여명이 몰려 상당수의 관중들이 서서 경기를 지켜보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는데 그래도 마냥 즐거운 표정이더라구요.
**전북용병 볼랑가 첫 서울쇼핑 "원더풀" 연발
◐... 정작 즐거운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북의 -> 카메룬 용병 볼랑가(24)가 그 주인공입니다.
볼랑가는 지난 19일부터 구단에서 준 3일간의 휴가를 이용해 꿈에도 그리던 서울 나들이를 하고 있는데 연일 입이 찢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팀 주장인 정종선의 안내로 이태원과 세운상가 등지를 돌며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볼랑가는 휴가에 앞서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동료들에게 수도없이 `서울나들이'를 자랑하다가 "휴가를 혼자 가냐"며 질시어린 눈총을 받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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