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5월 17일 14시 54분
**"말 몰라도 TV는 꼭 시청" 내게 TV는 `벙어리상자'다. 들어도 모르니 소리를 완전히 꺼놓고 화면만 봐도 된다.
그러나 내가 잘 알고 있는 스포츠만은 말은 몰라도 금방 이해가 된다.
의 방송은 참으로 채널이 많다.
집에 있는 TV는 공중파방송, 케이블 TV, 위성방송까지 합쳐 모두 66가지의 채널이 있다.
하지만 많으면 무엇하랴.
내가 보는 것은 스포츠 프로그램 뿐인 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 TV를 통해 야구는 물론이요 골프, 축구, 농구 등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스포츠를 맘껏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내가 꼭 보는 것은 매일밤 11시30분께 방송되는 후지TV의 뉴스다.
종합뉴스 가운데 한토막으로 만 다루는데 워낙 자세하다.
각 팀에서 은퇴한 OB들이 지역 네트워크로 연결돼 그날의 경기를 해설을 곁들여 보여준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뉴스의 여성앵커는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출신으로 웃을 때 덧니가 살짝 들어나 보이는 귀여운 용모인데 우리나라 앵커들 같이 근엄한 표정이 아니라 많이 웃고 떠든다.
은 지역방송국이 많아 나고야지역에서도 도카이(東海)TV와 나고야TV는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오후에 주니치 전용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1주일 동안의 팀과 각 선수의 성적을 알려주고, 1명씩의 선수를 선정해 개인 소개도 해준다.
`선'인 내가 왜 다쳤는지, 재활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알려주고, 주니치 야마자키가 의 갈베스와 벌인 난투극을 흥분한 목소리와 함께 한편의 활극처럼 보여준다.
내가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 가운데 이런게 있다.
은퇴하거나 현역인 스포츠스타들을 출동시켜 과제를 부여하고 그것을 달성하면 어떤 단체나 개인의 PR를 해주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대표 배구선수가 나와 지름 30㎝가량의 구멍에 스파이크를 해 성공시키면 상품을 선전해 주는데 불행히도 독일의 한 와인업자 부부는 스파이크가 구멍을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로 돌아가야 했다.
이밖에도 낙도 어린이를 에 초청하는 프로골퍼의 홀인원도 있고, 볼러의 스트라이크, 체조선수의 착지도 있다.
물론 야구도 있었다.
에서 은퇴하고 연예계로 간 포수 오쿠보가 나와서 홈런 더비를 벌여 성공하면 20년간 무명으로 지내온 엔카 가수의 CD가 PR된다.
다행히 오쿠보는 성공해 그 가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에게 빠뜨릴 수 없는 게 비디오 시청이다.
특히 친구도 없고 외출도 드문 아내나 아이들이 즐겨본다.
`프로젝트'와 `목욕탕집 남자들'이 재미있다고 해 비디오 대여점에서 시리즈로 빌려다 본다.
또 만화영화는 아이들에게 인기품목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민우와 민정이는 만화영화도 재미있게 보는데 조금 있으면 알아듣기도 하겠지.
요즘은 시간이 남아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가끔씩 TV 앞에 앉기도 하지만 앞으로 1군에 복귀하면 유일하게 뉴스만 보게 될 것이다.
의 TV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또 온통 야구 얘기다.
그래도 야구가 일상의 전부인 나로서는 에서나 한국에서나 혼(魂)과 신(身)이 모두 야구로만 쏠리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어 혼자 빙그레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