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현8단 ●최명훈4단
기사입력 1996년 05월 04일 15시 00분
**A주변 흑투입되면 중앙은 '암흑의 제국'
제7보
(67~89)=우중앙의 패. 백은 목숨이 걸려 있어 사력을 다해야 하지만
흑으로서는 아무런 부담도 없는, 이른바 `꽃놀이 패'다.
흑 67부터 시작되는 패감 활용. 괴롭지만 백은 일일이 응대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적당한 대가를 치르고 패를 해소할만큼 여유 있는 상황도 아니거니와 기세상으로도
이런 곳을 뭉텅 떼어주느니 차라리 승부를 포기하는 게 나을 터.
아닌게 아니라 검토실의 성급한 관전객 몇몇은 끌끌, 혀를 찬다.
"참, 대단하네. 이끔직한 장면을 왜 계속 보고 있나. 던져버리고 말지…."
놀라운 백의 인내. 이 고비만 무사히 넘기면 벌어놓은 실리가 있으니까 아직 절망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인지. 좌상귀 흑 73, 79 우상귀 흑 85도 또박 또박 받아넘긴다.
그러나 용케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도 속은 이미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백 82, 흑 83 또 백 88, 흑 89의 교환은 검토실의 표현 그대로 `정말이지, 두고 싶지 않은'수. 를 보자.
흑
들은 `패감'이라는 인식표를 달고 투입된 병력. 이 병력을 동원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몽땅 백의 머니에서 나왔음은 물론이다. 가만히 앉아서 상대에게 두터운 세력을 헌상했다는 것만으로도 백이 입은 대미지는 크다.
여기서 A 언저리에 패감을 빙자한 흑의 병력이 다시 투입되면 중앙은 걷잡을 수 없는 암흑의 제국이 된다.
`생불여사'. 이미 상황은 우중앙의 패나 백 일단의 생사에 관계 없이 흑의 필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흑 69, 75, 81, 87 패때림
의 곳. 백 72, 78, 84 패때림
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