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민예극장 '아리랑 정선'
기사입력 1996년 05월 03일 15시 33분
**민요속 '사랑과 죽음' 재해석 극단 민예극장이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아리랑 정선'은 매우 따뜻한 서정적인 무대다. 작가 이하륜의 희곡을, 김태수가 무대형상화했다.
주제를 강요하거나 실험을 위한 실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것은 민요 `정선 아라리'라는 속에 들어있는 자연친화력과 그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순한 삶의 양식을 놀이극형식으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요 중에서 가장 질펀한 성의 묘사와 해학, 삶에 대한 한과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게 `정선아라리'. 이 무대는 이런 정선아라리의 노랫가락과 민요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아름다운 서정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열두살 소년이 열 아홉 처녀에게 장가를 들지만 첫사랑의 소녀를 못잊어 첫날밤을 보낸 후 그녀를 따라 아우라지 강에 빠져 죽고 만다는 `정선아라리'의 줄거리가 극의 모티브.
우연한 만남, 사랑의 통과의례, 성을 매개로한 풍습놀이, 옛사랑에의 그리움, 그 사랑의 실패로 인한 죽음이 극 전체를 받치고 있는 축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과 죽음에 대한 강한 메시지가 가슴을 울려준다. 소년과 소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그 사랑에 대한 동백꽃 같은 붉은 그리움. 그 그리움의 끝에 선택한 죽음.
소년의 소녀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은 사랑의 완성을 위해 사회적인 혼례를 거부하고 순수의 세계로 가고자하는 열망에 다름 아니다. 그리움은 죽음을 위한 순례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극단 민예극장의 단원들이 보여준 안정감 있고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연기는 일품이다. 공호석과 이용이 손종학은 극의 균형을 잡아주었으며 조영선과 강선숙은 질펀한 농과 해학으로 극에 활력을, 오민애 윤순옥 박영미 조주묘는 맛깔스런 조역을 만들어냈다.
`전통극의 현대적 조화와 인간성 회복'이라는 민예의 이념을 잘 그려낸 수작이다. 8일까지. 오후 4시30분, 7시30분. 744-06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