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운명(運命)의 장(章) (38)
기사입력 1996년 04월 30일 14시 55분
그것은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오는 칠월 칠석(7월 7일), 본 황금사원에서는 남해 보타산에서 봉황곡의 입구를 개통하는 봉황제전(鳳凰祭奠)을 열도록 하겠어요."
순간 남궁도와 묵양대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때 봉황의 문이 열릴 것이니, 두 분도 참석하도록 하세요. 물론 두 분 뿐만이 아니라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림은 극도로 혼란해질 것이오. 그렇지 않아도 중원의 무림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봉황곡을 찾고 있소. 그곳에는 무림 최대의 신비와 기보가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오."
남궁도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물론 혼란해지겠죠. 하지만 황금사원이 출현했을 때부터 이미 혼란해지기 시작했어요. 당신 말대로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내가 지닌 봉황시를 탐내고 있을 거예요. 두 사람 역시 봉황시 때문에 날 추적하는 게 아니었던가요?"
황보백령의 말에 남궁도가 얼굴을 붉혔다.
묵양대인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곤경을 벗어나려는 술책에 불과할 뿐이다."
황보백령은 다소 담담한 표정이었다.
"내가 지닌 봉황시를 제전이 열릴 때까지 중원무림연맹에 맡기겠어요."
순간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스쳤다. 바위처럼 묵묵히 대기하고 있던 중무련의 고수들조차 놀란 얼굴이었다.
`보통 영악한 계집이 아니로구나.'
묵양대인은 황보백령에 대해서 내심 혀를 내둘렀다. 남궁도를 비롯한 중무련의 고수들은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황보백령은 품 안에서 봉황시를 꺼냈다.
누구나 탐내고 싶을 만큼 봉황시는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봉황시를 본 묵양대인의 눈빛이 번뜩 빛났다. 하지만 그는 감히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황보백령이 공개적으로 발설하지 않았는가?
이때 황보백령은 봉황시를 남궁도에게 넘겨 주고 있었다.
"봉황곡에서 만날 때까지 잘 보관해 줘요."
황보백령은 상처를 입고 지쳐있는 몸이기는 했지만 그 요염한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남궁도는 그녀와 얼굴과 마주치자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 여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그 미모가 사라지지 않는구나.'
남궁도는 봉황시를 받아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황보낭자가 우리 중원무림연맹을 믿고 이렇게 봉황시를 맡기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소. 내 꼭 다시 만나는 날까지 이 봉황시를 잘 간직하리다."
"그래야지요."
그녀는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 영영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다.
"가자꾸나."
중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보백령은 영영을 안고 장내를 떠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