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
기사입력 1996년 04월 22일 14시 39분
**162게임 대장정 '슈퍼체력' 절감 나의 생활은 5일 세상이다. 5일마다 선발로 등판하는 날짜가 정해졌으니 그것에 맞춰 모든 계획을 세우고 훈련 스케줄을 잡는다.
마운드에 오르는 날은 경기 한 시간 전쯤부터 가볍게 러닝을 하고 몸을 푼 후 불펜에서 원업 투구를 던진다.
경기가 끝나면 얼음 찜질을 하고 필요하면 마사지를 한다.
투구 후 첫째 날은 공을 만지지 않는다.
대개 30분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역기 등으로 체력단련을 한다.
둘째 날에는 불펜에서 10~15분 정도, 약 70~80개의 공을 던진다.
그리고 약 50 거리의 단거리 전력질주를 10번이상 왕복으로 달린 후 체력단련을 한다.
셋째 날은 역시 단거리 전력질주를 왕복으로 다른 투수들과 캐치볼을 한다.
그냥 서서 던지는 것이지만 이때 커브볼과 체인지업 등 자신의 변화구를 많이 연습하게 된다.
5일째는 나의 경우 단거리 달리기와 체력훈련, 그리고 역시 캐치볼을 한다.
그리고 타격 훈련도 꾸준히 한다.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로 편을 갈라 내기를 하는데 번트를 수차례 연습한 후 타격연습을 한다.
타격 훈련 때는 홈런과 장타를 많이 치는데 실전은 역시 달라 아직 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다.
2월의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10월의 정규 시즌 종료까지는 항상 이런 5일간의 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훈련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경기전 단체로 몸을 풀고 약 한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체력훈련을 스스로 알아서 한다.
한국에서 훈련하던 것에 비하면 양적으로 훨씬 적은 편이다.
미국 선수들은 리틀리그 때부터 장기리그로 이런 훈련법에 익숙하지만 나는 처음 미국에 와서 적응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다.
나 혼자 달리기도 많이 하고 경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구장에서 아파트까지 뛰어간 날들도 많았다.
구단에서는 오히려 내가 너무 심하게 훈련을 한다고 걱정하며 훈련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였다.
162게임의 긴 시즌을 생각하면 항상 훈련과 체력단련을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즌이 길수록 몸 관리와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코치나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무리한 훈련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마이너리그에서 2년간 생활을 하고 보니 요즘은 이곳 의 생활이 많이 익숙해졌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가을리그나 아니면 남미 윈터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많고 고참들은 대개 쉬면서 자율적으로 몸을 만든다.
구단에서는 각 선수에게 필요한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겨울에는 주로 그 프로그램에 따른 훈련을 한다.
나의 팔꿈치 통증이 사라진 것도 바로 구단이 짜 준 훈련 프로그램 덕택이다.
체계적이고 나에게 맞는 훈련을 꾸준히, 그러나 무리하지 않게 하는 것이 장기 시즌에서 살아남는 길임을 절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