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변하는 다리
기사입력 1996년 04월 17일 14시 49분
한국 사람들은 다리랑 무슨 한이 맺힌 사람들 같다.
어렸을 때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얘길 듣고 자라는데 조금 자라서는 그 것이 거짓말인 줄 알게 되고 조금 더 자라서는 그 것이 진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출세를 해서 돈을 왕창 많이 벌게 되면 고향에 다리를 놔 주고, 반대로 사정없이 망하게 되면 새 명함으로 직업을 `거지'로 새겨야 하고 거주지도 `무슨무슨 다리밑…'으로 해야 한다.
6.25때 한강 다리가 끊겨 무수한 이산가족이 생겼는데 그 뒤 가족과 다시 만나는 것도 부산의 영도다리가 제1의 만남의 장소였다고 한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으면 `비 내리는 영동교'에 가서 울기도 하며 가장 멋있는 집으로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이는'경관을 꼽는다.
다리 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여 다리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걸까…?
인생을 조기졸업(자살)하려고 할 때도 이 다리 위가 가장 인기다. 그래서 한강다리 중 사람들이 주로 다이빙을 즐기는 몇군데에 아주 미끄러운 기름칠을 해 둘거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애써 올라가다가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는 사람은 어쩌겠다는 것인가, 또 애절한 전설을 가진 다리도 많은데 `인골(人骨)교'를 아시는지?
한 섹시한 낭자가 개울을 건너려 하는데 다리가 없다. 수행을 한 종 삼복이가 말하길 "아씨! 저희같이 천한 놈 등에 업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옷에 물을 적실 수도 없잖습니까?"한다.
"삼복아! 무슨 튀는 아이디어가 없느냐?"
"소인에겐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있는 특별한 부위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이 걸로 다리를 놔 드리겠사오겠는데 아씨는 대신
겉옷 정도를 벗으시고 섹시한 춤을 추셔야만 더욱 튼튼한 다리공사가 가능합니다."
그말에 낭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춤을 췄고 대번에 모양도 좋고 걷는 촉감도 좋은 다리가 놓여졌다.
그런데 아뿔사! 미모의 이 낭자가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하인 삼복이, 그만 이 여주인의 누드에 정신이 황홀+몽혼+아련+짜릿+뿅가서 할렐레… 다리는 조기발사(?)를 한 뒤 급격히 축 늘어지고 말았다.
마치 붕괴된 한강의 무슨 다리마냥… 하인의 헌신적 노력이 깃든 곳에 세워진 이 다리를 후세 사람들이 `가운데 다리'어쩌고 불렀다는 전설이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