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열 - '선배에 밀리고 후배에 치이고'
기사입력 1996년 04월 09일 15시 20분
## 본업 1루 내집마련 아득…외야출전도 위태 "개막전 엔트리에도 못 들어가겠어요." 해태 이건열(33)의 한숨이 깊다.
올해도 `셋방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국가대표 1루수 출신인 이건열은 데뷔이후 번듯한 고정 포지션 하나 갖지 못하고 내-외야를 떠도는 신세였다.
입단하던 86년에는 이라는 거물급 1루수때문에 외야로 밀려났다.
그래도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우며 틈틈히 내-외야를 막고 방망이로도 짭짤한 성적을 올렸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팔방미인'.
이러기를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마침내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코치가 현역에서 은퇴하고 1루가 비게 된 것.
여기에 데뷔이후 가장 높은 타율(2할9푼5리)까지 올리며 상승세를 타던 중이라 "내친 김에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노리겠다"며 대단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래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고졸신인 1루수 장성호가 시범경기 타격 4위에 오르며 감독의 눈에 쏙 들어버린 것.
그 바람에 이건열은 지난 7일 광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좌익수로 출전했다.
왼쪽 펜스 근처에서 `멀고 먼' 1루를 쳐다보니 어깨에 힘이 쭉 빠져 나갔다.
"이젠 외야수로 출전할지도 장담 못하겠어요. 그게 다 사람 복이죠."
과거에는 선배들의 아성에, 이제는 후배들의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난 이건열.
"억수로 운이 없다"는 그의 표정이 씁쓸하다.
< 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