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우-일화GK 사리체프 그늘 벗고 프로 3년만에첫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08일 15시 19분
`나도 신의 손'.
일화 GK 박동우(朴東佑.26)가 마침내 활짝 웃었다.
지난 93년말 일화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신의 손' 사리체프의 그늘에 가려 좀체 출전기회 조차 얻지 못했던 그가 7일 전남과의 천안경기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것이다.
사실 일화의 승리는 박동우의 활약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종 민첩하게 몸을 날려대며 상대 골잡이들의 결정적인 슈팅을 수차례에 걸쳐 선방, 무실점으로 굳건히 골문을 지켜낸 것이다.
일화의 지휘봉을 잡은 후 첫 승을 거둔 이장수 감독대행도 "일화 승리의 진정한 의미는 박동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정작 박동우는 "모든 게 코치선생님과 선배님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격려 덕분에 실점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는 것.
이날 경기는 박동우가 맛본 3번째 프로경험.
작년 9월13일 과의 동대문경기가 데뷔전이었고, 지난 4일 역시 과의 태백경기가 그가 치른 두번째 승부였다.
그러나 앞선 두 경기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 말았다.
총 5실점에 1무1패.
0점대의 실점률을 자랑하는 사리체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박동우는 아예 경기에 나서지도 못할 때보다 더욱 어깨가 처져내렸고,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 대한 죄스러움에 몹시 괴로워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코칭스태프에게 `신의 손'과 견줄만한 믿음을 줬고, 그 자신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이 악물고 뛸 겁니다."
박동우의 각오가 대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