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규 7단 ●이창호 7단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04일 16시 58분


##흑, 하반부 통합에 백‘자멸의 길’ 총보(85∼115) 이 대국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일깨워준 한판. 아울러 두텁게 뚜벅뚜벅 두어가다가 상대의 실착을 정확하게 응징해 끝내버리는 이창호바둑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 초반 포석단계에서는 의욕적인 백의 취향이 돋보였다. 백 6, 8의 독특한 포진, 그리고 백 24의 착상도 유연했다. 흑 25, 27, 29는 이창호다운 두터운 수. 다른 기사가 두었다면 `헤프고 발이 늦다'는 평판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27로는 28의 곳을 막고 싶다는 견해도 있었다. 백 34와 흑 35, 우변과 하변은 맞보기에 해당하는 곳. 백 36으로는 51의 곳으로 좌하귀를 지킬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렇게 흑의 머리를 밀어 올려간 수가 더 유력하다. 흑 43도 두터운 수. 다음 백 44로 자세를 잡아 흑 백 쌍방이 팽팽한 호각지세. 흑 45는 당연한 침입. 흑 47 때 백 48이 이상했다. 평범하게 50의 곳을 꽉 막았으면 변화의 여지가 없다. 흑 49부터 백 64까지 격렬한 바꿔치기. 좌하귀를 송두리채 끌어안으며 하반부를 통합한 흑은 50여집에 이르는 대가(大家)를 형성했다. 백은 그 대가로 좌변 흑의 본진을 깨뜨렸으나 이 바꿔치기는 백의 손해. 백 48의 변화로부터 시작된 이 접전에서 백은 평점심을 잃고 서서히 자멸의 길로 접어든다. 백 72가 패착. 이수로 `가'의 곳에 한칸 뛰어 두었으면 앞길이 먼 승부였다. 흑 85, 절호의 어깨짚기. 이 한수로 우변 백진이 우그러들었고 흑 95, 97의 결정타를 맞아 `승부 끝'. 115수 끝 흑 불계승. `이창호'라는 흑한기를 겪고 있는 바둑게에 훈훈한 봄소식 둘. 9단이 패왕결정 5번승부 최종국에서 무소불위의 제자 이창호 7단을 밀어내고 패왕 탈환에 성공. 또 유창혁 7단도 바둑왕전에서 이창호 7단을 2:0으로 연파, 우승을 차지하면서 96년도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보다 많은 타이틀 경쟁자가 나타나 화려한 봄의 축제가 펼쳐지기를 고대하면서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