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치기 어려운 선거, 점집 '들락날락'
기사입력 1996년 04월 01일 16시 50분
'유세장 길방(吉方)을 찾아라 !'4.11총선을 앞두고 점집을 드나드는 후보들이 크게 늘고 있다.운수나 일진에 맞춰 유세장소를 잡거나 공략대상층을 정하기 위해 철학원이나 점집 등을 찾고 있는 것이다.서울 미아리 Y철학원 원장 이모씨(58)는 "후보등록 전에는 당선 가능성을 묻는 후보들이 줄을 잇더니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길한 유세장소와 시간을 가르쳐달라는 후보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경기도 한 지역구의 김모후보는 선거운동전에 확정한 유세일정을 지난주에 별다른 이유없이 바꿔소속 운동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유세 첫날 지구당 사무실 근처 시장부터 방문하려던 일정을 갑자기 J초등하고 입구로 바꿔버린 것.10여년전부터 선거때면 예외없이 점집을 찾기로 유명한 김후보는 선거운동 직전 풍수지리학자로부터 "초반에 기선을 잡기 위해서는 길방인 동쪽에서부터 유세를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김후보는 또 최근 역술인으로부터 "어른을 공경하면 귀인의 도움을 받는다"는 운수풀이를 듣고는경로당을 찾아 선거운동을 펴기도 했다.속옷 색깔을 갑자기 파란색으로 바꾼 후보도 있다.경북지역의 박모후보는 얼마전 철학원을 방문, 자신의 사주가 불(火)보다는 물(水)에가깝다는 조언을 받았다.박후보는 불과 가까운 붉은 색은 모두 피하고 대신 물을 상징하는 푸른색을 가까이 하라는역술인의 말에 따라 속옷과 양말, 넥타이를 모두 파란색으로 통일한 채 유세장를 돌고 있다.강원도에서 출마한 김모후보고 사주가 불보다는 물에 가깝다는 판정을 받고는 선거운동에 나선뒤고기냄새 조차 맡지않는 채식주의자가 됐다.붉은색이 도는 음식은 입근처에도 대지 말라는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밖에 평소에 등산을 하지않던 대구의 이모후보는 아침마다 기(氣)를 채워넣기 위해매일 새벽 뒷동산을 오르고 있으며 경기도의 또다른 이모후보는 지신(地神)을 다스리기 위해매일아침 집주변의 2∼3바퀴 돈뒤 지구당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대한역리협회 백운비 이사는 "특히 근소한 차로 당락이 엇갈릴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후보들 가운데 상당수가 역술원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
